독일 공장 화재·정전으로 생산 중단…중국 실적 악화도 부담
블룸버그 “여전히 비싼 주식…추가 조정 여지 있어”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 주가가 잇단 악재에 이틀째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틀간에만 시가총액이 100조원 넘게 증발했다.
5일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장보다 3.93% 내린 180.74달러에 마감했다.
이날 오전 5% 넘게 떨어졌다가 오후 들어 낙폭을 조금 줄였다.
테슬라 주가는 전날 7.16% 떨어진 데 이어 이날에도 4% 가까이 내리면서 올해 들어 낙폭이 27%에 달하는 상태다.
특히 전날부터 이틀간 주가가 큰 폭으로 내리면서 시총이 760억달러(101조4천600억원)가량 사라져 5천760억달러(약 769조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날 주가 하락에는 테슬라의 독일 공장인 베를린 기가팩토리가 사보타주(파괴공작)로 추정되는 공격을 받아 가동을 중단했다는 소식이 영향을 줬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15분께 이 공장에 전기 공급이 끊기면서 자동차 생산이 중단됐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테슬라 측은 적어도 다음 주 초까지 공장 가동이 중단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날 하루에만 1천 대의 차량이 완성되지 못했으며, 이번 정전으로 인한 손실액이 수억유로(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독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좌익 극단주의 단체 불칸그루페(화산그룹)는 이날 오전 경찰과 언론사에 편지를 보내 자신들이 “사보타주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기가팩토리를 완전히 파괴하고 일론 머스크 같은 테크노 파시스트를 끊어내는 게 거대권력에서 해방되는 길”이라며 “테슬라를 무릎 꿇게 만들겠다”고 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오전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에서 베를린 기가팩토리가 방화의 표적이 됐다는 소식을 전하는 다른 이용자의 게시물에 답글로 “이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멍청한 환경-테러리스트들(eco-terrorists)이거나 좋은 환경 목표가 없는 사람들의 꼭두각시”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화석연료 자동차가 아니라 전기차 생산을 중단시키는 것은 극도로 멍청하다”고 덧붙였다.
테슬라는 지난해부터 독일에서 베를린 기가팩토리 확장을 추진해 왔으나,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전날에는 테슬라의 중국 상하이 공장 2월 출하량이 1년 전보다 19% 감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에 타격을 줬다.
블룸버그 통신은 투자자들이 최근 인공지능(AI) 관련 기업들로 관심을 돌리는 가운데 테슬라가 ‘매그니피센트 7’ 중 가장 비싼 주식으로 남아 있는 상태여서 주가가 더 하락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테슬라의 선행 주가수익비율이 58배로, AI 관련 최고 선호주로 꼽히는 엔비디아의 34배보다 여전히 훨씬 높다고 지적했다.
투자회사 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 토니 사코나기는 전날 투자자들에게 보낸 메모에 테슬라가 올해와 내년에 “미지근한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회사의 성장 내러티브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