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회사, “머스크, 1∼2개월 쉬며… 공감훈련 받아야 제안”
테슬라의 한 주주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최근 반유대주의 동조 글을 문제 삼으며 이사회에 그의 정직을 요구했다고 미 CNN 방송이 20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투자회사 ‘퍼스트 아메리칸 트러스트’의 제리 브라크먼 사장은 성명에서 “나는 표현의 자유를 믿지만, 상장 기업의 CEO가 증오를 퍼뜨리는 것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테슬라 이사회가 머스크 CEO에게 30∼60일간 직을 떠나서 있으면서 공감 훈련 또는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브라크먼 사장은 “그의 부와 기술·사업 능력이 그의 발언을 용서하는 구실이 되지는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그가 지닌 악마성을 증폭시켰을 뿐”이라며 “그리고 이제는 그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 샌타애나에 본사를 둔 퍼스트 아메리칸은 지난 9월 말 기준 테슬라 주식 1만6천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머스크가 보유한 4억1천100만주(3월 말 기준, 전체 지분의 약 13%)에 비하면 훨씬 적은 지분이다.
테슬라 이사회는 호주 출신 기업인 로빈 덴홀름이 이끌고 있으며 루퍼트 머독의 아들 제임스 머독, 머스크의 동생 킴벌 머스크 등 머스크와 가까운 인사들이 포진해 있어 독립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또 머스크 본인도 대주주로서 이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머스크의 반유대주의적 발언에 반발하는 테슬라 주주들의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또 다른 테슬라 주주인 거버 가와사키의 CEO이자 사장인 로스 거버도 최근 경제매체 CNBC 인터뷰에서 머스크의 행동이 “전적으로 터무니없다”며 “브랜드를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예일대 경영대학원의 리더십 연구 학장인 제프리 소넨펠드는 “테슬라 이사회는 행동할 책임이 있다”며 “그가 테슬라 최고경영자라는 직함을 사용할 수 없어야 한다”고 CNN에 말했다.
소넨펠드는 머스크가 CEO 대신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는다면 테슬라 주가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머스크는 지난 15일 반유대주의 음모론과 연결되는 엑스(X, 옛 트위터) 사용자의 게시글에 “당신은 실제 진실을 말했다”고 동조하는 댓글을 달았다.
해당 게시물은 “유대인 공동체는 자신들에 대한 증오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백인들에 대해 그런 변증법적 증오를 부추기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또 머스크는 유대인 단체인 반(反)명예훼손연맹(ADL)을 언급하며 “일부의 행위를 유대인 공동체 전체로 일반화하지 말라”는 다른 사용자의 댓글에 “이것이 모든 유대인 커뮤니티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ADL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이후 디즈니와 NBC유니버설, 컴캐스트, 라이언스게이트,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등 기업들이 머스크가 소유한 X 플랫폼에서 광고를 중단했다.
여기에는 진보성향 미디어 감시 단체인 미디어 매터스가 지난 16일 X 플랫폼상에서 일부 브랜드의 광고가 친나치 콘텐츠 옆에 배치된 것을 발견했다고 발표한 것도 영향을 줬다.
그러자 머스크는 20일 오전 X에 “지난주 내가 반유대주의적이라고 주장한 수백개의 사이비 언론 기사들이 쏟아졌다. 진실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나는 인류와 번영, 모두의 밝은 미래를 위한 최선의 일만 바란다”고 썼다.
그는 또 X의 친(親)나치 콘텐츠를 지적한 미디어 매터스에 대해 “진정한 악”이라고 비난하는 글도 올렸다.
린다 야카리노 X CEO도 전날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일부 광고주들이 광고를 중단한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고 조작된 기사” 탓이라며 “데이터가 사실을 말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X에서 일하는 우리는 모두 반유대주의, 차별과 맞서 싸우기 위한 노력을 매우 분명하게 해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