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처음 열리는 한국 원로 화가 김종학(87)의 개인전이 오는 4월 11일부터 10월 26일까지 조지아주 애틀랜타 하이 미술관(High Museum of Art)에서 열린다. 이를 기념해 4월 10일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 미디어 투어도 진행될 예정이다.
김종학 화백은 ‘설악의 화가’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이번 전시회는 그의 예술 세계를 미국에 소개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 특히, 김 화백의 대표작인 설악산 풍경을 중심으로 한국 현대미술의 깊이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하이 미술관이 한국 현대 미술을 본격적으로 조명하는 첫 기획으로, 김종학의 성숙한 예술 세계를 보여주는 70여 점의 작품이 공개된다. 하이 미술관이 새롭게 인수한 작품도 포함되어 있으며, 20세기 후반 한국 미술의 한 흐름을 조명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번 전시가 끝난 후에는 미국 서부의 피닉스 미술관(2026년 9월 9일~2027년 2월 21일)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1937년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태어난 김종학은 1960년대에 추상화가로 활동을 시작했으나, 서구적 추상화의 개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970년대 후반 강원도 설악산에 정착한 그는 한국 미술계에서 유행하던 단색화(Dansaekhwa)에서 벗어나 보다 생동감 있는 색채와 표현주의적 화풍을 개척했다.
그의 작품은 자연 속에서 삶과 죽음, 계절의 변화, 빛과 대기의 흐름을 포착하며, 한국 전통 회화뿐만 아니라 1970~80년대의 국제 미술 운동인 신표현주의의 영향을 반영하고 있다. 하이 미술관의 현대 미술 수석 큐레이터 마이클 룩스(Michael Rooks)는 “김종학의 작품이 강렬한 감성과 한국 현대 미술의 독창성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주목받지 못한 것이 놀랍다”고 평가했다.
김종학의 예술 세계는 동아시아와 서양 미술사의 영향을 동시에 받았다. 그는 한국 전통 민속 공예에 깊은 관심을 가졌으며,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개인 컬렉션에서 선별된 민속 자수와 조각된 결혼 거위 작품도 함께 전시된다. 또한,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드로잉과 스케치북이 전시되며, 한국의 전통 종이인 한지(韓紙)에 대한 최근 연구도 소개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 다큐멘터리 감독 정다운과 기린 픽처스의 김종신이 제작한 김종학의 예술 세계를 조명하는 전기 영상도 상영된다.
전시 기간 동안 방문객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대표적으로 4월 30일과 5월 2일에 진행되는 ‘3D 프린팅 스튜디오 워크숍’에서는 김종학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아크릴 페인트와 콜라주 기법을 활용한 입체적 회화 작업을 체험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전시를 기념해 하이 미술관은 전시 카탈로그를 발간한다. 이 책에는 마이클 룩스를 비롯해 미술사학자 존 야우(John Yau), 리사 리(Lisa Lee), 정질 제니 리(Jungsil Jenny Lee) 등의 학술적 에세이가 포함되며, 김종학이 단색화 작가들과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 그가 뉴욕에서 보낸 시간과 서양 미술사에서 그의 작품을 어떻게 바라볼 수 있는지를 다룬다.
이번 전시는 하이 미술관이 주최하며, 조현갤러리와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주요 후원사로 참여했다. 또한, 미국 국립예술기금(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과 갤러리 현대, 양원선 재단 등이 추가 지원을 제공했다. 델타항공(Delta Air Lines), 조지아 예술 후원자들의 기금, 개인 후원자들의 기부도 이번 전시를 가능하게 했다.

Kim Chong Hak (Korean, born 1937), “No. 13,” (2006), oil on canvas, National Museum of Contemporary Art, Korea
윤수영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