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치료 받은 환자, 대조군에 비해 질병 진행 속도 75% 늦춰져
퇴행성 뇌질환인 헌팅턴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유전자 치료법이 임상 실험서 효과를 보여 새로운 치료법이 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6일 보도했다.
런던대학교 신경학과 에드 와일드 교수가 주도한 연구에 따르면 헌팅턴병 초기 증세를 보이는 환자들에게 새로 개발된 유전자 치료제를 뇌에 직접 주입한 결과, 3년간 최대 용량 주입 치료를 받은 환자 12명은 치료를 받지 않은 대조군 보다 운동 능력, 인지 능력, 일상생활 수행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질병 진행 속도가 75% 감소했다.
아울러 중간 용량의 치료제를 주입한 환자 12명에게도 치료 효과는 있었으나 최대 용량을 주입한 환자보다는 효과가 작았다.
헌팅턴병은 헌팅틴(huntingtin)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 발생한다. 이번 유전자 치료는 헌팅틴 리보핵산(RNA)을 침묵시키는 RNA 가닥을 생산할 수 있도록 뉴런에 지시를 내리는 원리다. 주입된 유전자 변형 바이러스는 뇌 면역 체계에 의해 약 일주일 뒤 사라지지만 해당 DNA는 환자의 뉴런에 평생 남아있게 된다.
와일드 교수는 “우리가 하는 일은 뉴런을 재프로그래밍해 스스로 약을 만드는 작은 공장이 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치료법이 획기적이긴 하지만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 유전자 치료제 주입을 위해서 환자들은 12시간의 외과적 뇌수술을 견뎌야 한다.
조지타운대학교 신경과 교수인 캐런 앤더슨은 3년간 질병 속도가 느려진 것은 큰 성과라고 평가하면서도 “신경외과 수술은 누구에게나 위험하며 뇌질환자는 더 취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앤더슨 교수는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다.
앤더슨 교수는 아울러 이번 치료는 한번 받으면 예전 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며 장기적으로 합병증이 발생할 경우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NYT도 이번 연구 결과가 아직 동료 평가를 받거나 학술지에 게재된 것은 아니라며 최종 결과를 보여줄 수 있는 예비 지표로만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를 후원한 유전차 치료제 개발사 유니큐어(uniQure)는 미국 전역에서 새로운 임상 실험 참가자를 모집해 임상을 계속할 예정이다.
40세 전후로 주로 발병하는 헌팅턴병은 조절되지 않는 경련성 신체 움직임과 성격 변화, 치매 증상이 나타나다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질환이다. 아직 제대로 된 치료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