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장관은 워싱턴서 루비오와 만나…박윤주 1차관은 현장서 실무 지휘
‘공항호송 중 수갑 착용’ 놓고 막판까지 줄다리기…’원하는대로’ 트럼프가 정리
급박한 상황이 이어진 미국 내 한국인 대규모 구금 사태 해결을 위해 이례적으로 외교부 장관과 차관이 동시에 투입됐다.
11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지난 9일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 상황이 벌어진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현장대책반과 본부에서 파견한 신속대응팀 등의 실무 작업을 총괄했다.
앞서 8일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한 조현 외교부 장관에 이어 외교부 수뇌부가 동시에 미국으로 향한 것이다.
조 장관이 10일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 면담 등을 통해 협상을 주도했다면, 박 차관은 현지에서 현장 상황을 관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2차관이 있기는 하지만, 장관과 차관이 동일 사안으로 같은 나라에 출장을 간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상황이 엄중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현지 상황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긴박하게 흘러갔다.
10일 오후 애틀랜타 공항에서 출발하는 전세기를 타고 귀국하는 방향으로 사실상 정해진 상황에서 막판까지 ‘공항 이동 중 수갑 착용’ 여부를 놓고 한미가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등 법 집행 당국은 ‘신체를 구속한 상태에서 버스에 탑승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고 한다. 자신들이 혐의를 적용한 인원을 자유롭게 구금시설 외부로 내보낼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측은 절대 불가로 맞섰다. 그렇지 않아도 체포 당시 쇠사슬로 결박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으로 국민이 큰 충격을 받았는데, 수갑을 찬 채로 버스에 오르는 모습을 다시 보여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조속한 귀국’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한 한국이지만, 미국이 ‘수갑 착용’을 계속 고집한다면 10일 오후 출발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던 와중에 9일 저녁 ICE 측에서 구금자들에게 개인 소지품을 나눠주던 절차를 돌연 중단했다. 구금 시설 측은 “위에서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고만 알렸다. 전세기 출발이 늦어진 것으로, 외교부는 그 이유를 ‘미국 사정’이라고만 밝혔다.
‘미국 사정’은 ‘숙련된 한국 인력이 귀국하지 말고 미국에서 계속 일하게 하자’는 취지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시였다는 것이 10일 진행된 조 장관과 루비오 장관의 면담을 통해 밝혀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하라’고 지시했다고 루비오 장관은 전했다.
석방된 한국인들이 애틀랜타 공항으로 이동하면서 수갑을 찰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이처럼 급박한 협상 및 현장 상황에 투입된 박 차관은 미국 당국이 급습한 한국 기업 공장이 위치한 애틀랜타 총영사를 2021년 맡은 이력도 있다.
박 차관은 구금됐던 국민들과 전세기에 함께 탑승해 인천공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외교부는 “조현 장관은 루비오 장관과 회담에서 이번 사태 해결 방향과 내용을 매듭지었으며, 향후 한미 당국간 비자 관련 협조에도 중요한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자평했다.
이어 “정부는 우리 국민의 신속하고 안전한 귀국을 위한 현장 지휘 차원에서 박윤주 차관을 현지에 급파해 외교부 신속대응팀을 보강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