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시장에서 매매 계약이 깨지는 비율이 올 여름 들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레드핀(Redfin)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7월 체결된 주택 매매 계약 가운데 15.3%가 최종 성사되지 못했다. 이는 약 5만8000 건에 달하며, 2017년 통계 집계 이래 7월 기준 가장 높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높은 주택 가격과 모기지 금리, 그리고 시장에 나온 매물 증가가 매수자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공급이 늘어나면서 구매자들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검사(inspection) 과정에서 작은 문제만 발견돼도 계약을 철회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클리블랜드 레드핀 프리미어 에이전트 보니 필립스는 “검사에서 문제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고객이 이웃의 조언에 따라 임대로 돌아선 사례도 있었다”며 매수자 심리가 그만큼 예민해졌음을 전했다.
지역별로는 텍사스주 샌안토니오가 22.7%로 가장 높은 파기율을 기록했다. 이어 ▲플로리다 포트로더데일(21.3%) ▲잭슨빌(19.9%) ▲조지아 애틀랜타(19.7%) ▲탬파(19.5%) 순이었다.
반면, 파기율이 가장 낮은 지역은 ▲뉴욕주 나소 카운티(5.1%) ▲펜실베이니아 몽고메리 카운티(8.2%) ▲위스콘신 밀워키(8.3%) ▲뉴욕시(9.5%) ▲시애틀(10.2%) 등으로 집계됐다.
특히 플로리다 지역의 경우,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 위험과 치솟는 주택 보험료·관리비가 매수자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장 큰 변화를 보인 곳은 버지니아비치로, 계약 파기율이 전년 12.5%에서 올해 16.1%로 3.6%포인트 급등했다. 이어 ▲뉴어크(+3.3p) ▲볼티모어(+3.0p) ▲샌안토니오(+2.8p) ▲휴스턴(+2.8p) 등이 뒤를 이었다.
레드핀은 버지니아비치와 볼티모어에 재향군인 주택담보대출(VA Loan) 이용자가 많은 점을 언급하며, 금리에 민감한 수요층이 계약 철회를 주도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높은 금리와 생활비 부담이 이어지면서 계약 파기율이 쉽게 낮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일부에서는 매수자들이 보다 신중해지는 과정이 장기적으로는 가격 안정과 건전한 시장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