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참위 조사엔 “기우제식” 비판…수사·재판 통한 진상규명 한계도 지적
참사 10주기를 맞아 세월호 침몰 원인 등을 분석한 책 ‘세월호, 다시 쓴 그날의 기록’을 출간한 연구팀이 3일 해양경찰의 무능과 무책임에 참사의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전치형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세월호TF 팀장인 이정일 변호사 등 저자 5명은 이날 서울 중구 상연재에서 출간 간담회를 열고 이렇게 지적했다.
이들은 “세월호가 운항 중 발생한 사소한 기계적 결함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복원성이 취약한 배였기 때문에 침몰했다”면서 18년 된 낡은 배를 일본에서 들여와 참사 전날 밤 위험한 상태에서 출항하기까지 관행적으로 선체를 관리해온 해경에 참사의 책임이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해경의 구조 또한 ‘조직적·체계적 실패’였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세월호가 침몰하는 101분 동안 선박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고 선장과 선원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인지하는 데 완전히 실패했다”며 “최고 지휘관부터 현장 실무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구성원의 무능과 무책임이 시스템을 통해 증폭됐다”고 했다.
연구팀은 세월호가 잠수함 충돌을 비롯해 외력에 의해 침몰했다는 주장에 대해 “세월호를 전복시킬 만한 큰 힘을 가하면서도 외판을 크게 망가뜨리지 않는 잠수함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진상규명을 혼돈 속에 몰아넣고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다는 인상만을 강화해 많은 사람에게 회의와 실망을 불러일으켰다”고 비판했다.
사참위에 대해서도 “믿음에 부합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우제식 조사를 하며 자원과 인력, 시간을 과도하게 낭비했다”며 “그렇게까지 했음에도 근거를 찾지 못했다면 잠수함 충돌설을 기각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3년 6개월의 조사 끝에 “외력이 세월호 침몰 원인인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결론짓고 2022년 6월 활동을 종료했다.
연구팀은 시민사회가 요구한 진상규명이 책임자들의 형사처벌에 집중되면서 실체적 진실 파악이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했다.
연구팀은 “수사와 재판을 통한 진상규명을 추진한다면 범죄 사실을 직접 증명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아보이는 부분을 조사하는 데 소홀하게 된다”며 “유죄 판결을 받지 못하면 아무런 잘못도 없는 것 같은 착시현상도 확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이태원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 노력이 점점 힘들어지는 것 또한 세월호 참사 당시의 경험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며 “공동체가 함께 진실을 파악하고 교훈을 얻어 이 사회를 개혁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