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 연수 참가한 켈리 마레트 씨 “모국 방문은 인생을 바꾼 순간”
“처음으로 소속감을 느꼈고, 한국은 나의 또 다른 ‘집’이라는 확신이 생겼어요.”
2005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한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나고 자란 켈리 마레트(20) 씨는 재외동포청 산하 재외동포협력센터가 주관하는 2025 차세대 동포 모국 초청 연수에 참가해 24일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소감을 말했다.
지난 2023년에도 모국 연수에 참가했던 그는 연수 참가한 후, 자기 뿌리에 눈을 떴다고 했다. 그는 “모국 초청 연수는 단순한 방문을 넘어 정체성을 되찾는 전환점이자 인생을 바꾼 순간이었다”고 강조했다.
서울에서 태어난 그의 아버지 팀 마레트(54·한국명 이상진) 씨는 3세 무렵 벨기에로 입양됐다. 이후 한국 문화와는 철저히 단절된 채 성장했고, 자연히 딸인 마레트 씨 또한 어린 시절부터 한국 문화에 대한 접점이 전혀 없었다.
“아버지가 한국어를 배우지 못했고, 한국의 전통이나 커뮤니티와도 접촉할 기회가 없었어요. 저 역시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제 안에 어떤 뿌리가 있는지 몰랐죠.”
아버지 이 씨는 과거 친부모를 찾기 위해 갖은 고생을 했으나, 끝내 찾지 못하고 지금은 단념한 상태다. 아버지 역시 뿌리를 찾기 위해 지난 2005년 당시 재외동포재단이 주최한 모국 방문 연수에 참가한 바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마레트 씨는 아버지의 권유로 2023년 처음 모국 초청 연수에 참여했다. 한국에 처음 발을 디딘 그해 여름,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했다.
“비슷한 배경을 가진 친구들과 함께 한국 역사와 문화를 배우면서 처음으로 내가 ‘속해 있다’는 감정을 느꼈어요. 언어는 몰랐지만, 모두가 저를 따뜻하게 대해줬어요. 처음으로 ‘집에 온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경험으로는 전통문화 체험과 한국 친구들과의 교류를 꼽았다.
“저를 한국인처럼 대해준 순간들 덕분에 제 정체성의 빈칸이 채워졌어요. 어느 나라에서 태어났든, 결국 내가 어디에 연결되어 있는지를 알게 된 거죠.”
마레트 씨는 현재 벨기에 루벤 대학교에서 치의예학을 전공하고 있다. 루벤 대학교는 벨기에는 물론 베네룩스 3국에서 가장 큰 대학이자, 주요 대학평가 순위에서 꾸준히 세계 100위권에 드는 명문 대학이다. 마레트 씨는 이번 연수는 단순한 재방문이 아닌, 정체성과 유산을 더 깊이 연결하는 ‘중요한 걸음’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동포 친구들과의 교류를 통해 더 넓은 글로벌 한국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고 싶다”며 정체성의 뿌리를 찾는 것에서 나아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한국과 연결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같은 혼혈 배경을 지닌 친구들에게도 따뜻한 조언도 남겼다. 그는 “뿌리를 찾는 과정은 힘이 들 수 있지만, 그 여정은 분명히 자신을 더 강하게 만들 것”이라면서 “저처럼 ‘집을 찾은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마레트 씨는 연수 기회를 마련해 준 재외동포청과 재외동포협력센터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하며 앞으로 목표는 한국어 실력 향상과 함께 모국 발전에도 기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 가족의 잃어버린 이야기 한 페이지를 다시 써 내려가고 있는 것 같아요. 이제는 더 이상 비어 있지 않은 정체성을 품고, 저만의 방식으로 모국 발전에 기여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