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제품 대부분을 중국 등 해외에서 생산하는 애플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이에 중국 당국이 애플의 앱스토어 정책에 대해 조사를 검토하는 등 미·중 간 무역 분쟁의 중간에 끼어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WSJ은 그러나 자체 분석을 통해 “애플의 5천억 달러 투자 발표는 실제로는 대부분 이미 예정돼 있던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게 없는 ‘재탕’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애플은 지난 4년간 총 운영 비용과 자본 지출에 약 1조1천억 달러를 썼다. 향후 4년 동안은 약 1조3천억원을 지출할 것으로 월스트리트는 전망하고 있다.
애플은 지역별로 지출 규모를 분류하지 않지만, 매출의 약 43%가 북미와 남미를 포함하는 아메리카 지역에서 발생한다.
미국은 이 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지출 규모와 매출이 비례한다면 애플의 향후 4년간 글로벌 지출의 약 40%는 약 5천5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이번에 발표한 투자 규모와 거의 일치한다는 것이다.
WSJ은 “그렇다고 새로운 지출이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다”며 “실제 애플이 중국 외 지역으로 제조 기반을 다변화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을 고려하면 미국 내에서 추가적인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은 높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애플이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라고 해도 5천억 달러의 새로운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짚었다.
UBS 분석가 데이비드 보그트는 이날 보고서에서 지난해 9월에 끝난 회계연도에서 애플은 950억 달러의 자사주를 매입했는데, 이는 회사 영업 현금의 약 80%를 차지했다고 언급했다. 현금 대부분을 자사주 매입이 이미 사용했다는 것이다.
보그트는 이어 “따라서 애플이 대차대조표의 부채 비율을 상당히 늘리거나 자사주 매입 속도를 줄여야 하는데, 두 가지 모두 가능성이 작다”고 봤다.
WSJ은 “지출이 급격히 증가하면 주가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이는 애플의 투자 발표가 훨씬 덜 극적인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또 다른 이유”라고 설명했다.
애플 주가 상승률은 지난 12개월 36%로, 이는 인공지능(AI)에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메타,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등 4개 대형 기술 기업의 평균 상승률 21%를 웃돈다.
WSJ은 “아이폰 사업이 성숙해 이제는 간헐적으로만 성장하는 상황에서 애플은 막대한 비용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동기가 충분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