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이민국 지침…”합법적 영주권자 위협·편향된 판단”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불법 이민 퇴출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시민권 심사에서도 칼바람을 예고했다.
16일 CBS 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국(USCIS)은 전날 시민권 심사 담당자들에게 신청자들의 ‘양호한 도덕성’ 여부를 판단할 때 추가적인 요소를 고려하라고 지침을 내려보냈다.
이에 따라 시민권 취득 요건 중 도덕성 검증 항목을 대폭 추가해 신청자들의 교육 수준, 납세 현황뿐만 아니라 상습 교통 법규 위반 여부 등까지 심사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미국 영주권(그린카드)을 소지한 합법적인 이민자는 영주권 취득 후 5년 정도가 지나면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다. USCIS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시민권을 취득한 이민자는 매년 60만∼100만명에 이른다.
현재도 시민권을 취득하려면 영어 시험과 시민권 지식 평가 시험 이외에도 도덕성 검증 을 하지만 지금까지는 미국 이민법에 명시된 자격 박탈 행위나 범죄 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이를 통과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 이민국이 새롭게 내려보낸 지침은 양호한 도덕성을 평가할 때 ‘위법 행위 여부에만 초점을 맞춘 피상적인 검토 이상’을 포함하라고 명시했다.
구체적으로 이민국은 신청자들의 긍정적인 자질과 기여도를 더욱 중시하라며 이를 평가할 요소로 지역사회 참여, 가족 부양 현황과 유대 관계, 교육 수준, 안정적이고 합법적인 직장, 미국 체류 기간, 납세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도덕성 결여를 더욱 적극적으로 검증하라며 ‘기술적으로는 합법’이지만 ‘지역사회 일원의 책임에 부합하지 않은 행위’를 하지 않았는지도 심사하라고 했다. 상습적인 교통 법규 위반, 괴롭힘, 청탁 등이 이에 해당한다.
또 지역사회에서 보호관찰 준수, 미납 세금 납부, 자녀 양육비 지급 서류 등과 같이 과거 불법 행위 연루 경험이 있는지 알 수 있는 자료들도 신중하게 보라고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집권을 시작하자마자 난민 입국 중단, 불법 체류자 단속 및 추방 등 반(反) 이민 정책을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에 반발하는 진영에서는 이번처럼 시민권 취득 절차에 도덕성 검증 항목이 대폭 추가되면 합법적 이민자라고 해도 시민권 신청을 꺼리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재임 당시 USCIS 고위 관리로 일한 더그 랜드는 “도덕성 정의에 극도로 무해한 행동까지 포함해 이를 왜곡함으로써 시민권 기각 사유를 늘리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이와 달리 USCIS 수석 대변인인 매튜 트래게서는 CBS에 보낸 성명을 통해 “미국 시민권은 시민권의 황금 기준”이라며 “세계 최고 인재에게만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