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 유출설’ 논쟁 다시 불붙인 미국…中 “중상모략”
세계보건기구(WHO)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이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WHO 탈퇴를 선언한 미국이 다른 국가에도 동참을 촉구한 반면 중국은 5억달러(약 6천973억원) 추가 지원 방침을 발표하며 WHO에 힘을 실었다.
20일 로이터, AFP 통신에 따르면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 보건장관은 이날 스위스 유엔 제네바사무소에서 열린 WHO 연례 총회인 세계보건총회(WHA)에 영상 메시지를 보내 WHO를 “비대하고 활력을 잃은 조직”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우리의 WHO 탈퇴가 경고 신호가 되길 바란다”며 “이미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과 접촉 중이며 다른 나라들도 우리와 함께할 것을 고려해달라”고 촉구했다.
케네디 장관은 WHO가 중국, 젠더 이데올로기, 제약 산업 등에 영향을 과도하게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코로나19의 기원과 관련해 WHO가 중국의 정치적 압력에 굴복해 ‘실험실 유출설’을 은폐했다는 의혹도 재차 제기했다. 실험실 유출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자연 발생이 아니라 중국 우한의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실수로 유출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주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팬데믹 초기부터 실험실 유출설과 함께 중국 책임론을 주장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20일 취임 직후 “(미국만) 거액의 돈을 부당하게 내고 있다”며 WHO 탈퇴를 명령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2024년과 2025년 분담금 납부를 중단하고 공식 탈퇴 절차에 들어갔다.
미국의 탈퇴 선언으로 심각한 재정난에 직면한 WHO의 구원투수는 중국이었다.
같은 날 류궈중 중국 국무원 부총리는 WHA 연설에서 “중국은 앞으로 5년간 WHO에 5억달러를 추가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류 부총리는 “일방주의와 힘의 정치가 세계 보건 안보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은 다자주의뿐”이라며 “이번 기부를 통해 WHO가 독립적이고 전문적이며 과학적 원칙에 따라 운영될 수 있도록 보장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WHO에 따르면 2024-2025년 미국은 WHO 전체 예산의 10% 이상인 7억달러(약 9천762억원) 이상을 지원했다. 중국의 기여액은 약 2억달러(약 2천789억원) 수준이었다. 이번 중국의 추가 기부가 확정되면 미국의 탈퇴 이후 중국은 WHO의 최대 기부국으로 올라서게 된다.
WHO는 최근 재정난으로 2026-2027년 예산을 21% 삭감했으며, 회원국 분담금을 2년간 20%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AFP 통신은 중국의 5억달러 추가 지원 약속에 분담금 인상분이 포함된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류 부총리는 코로나19 기원과 관련한 케네디 장관의 주장에 대해 “중국은 코로나19와 관련해 책임 있고 건설적인 태도를 보여왔다”며 “중국을 중상모략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