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관련성 규명이 관건…청탁금지법상 배우자 처벌규정 없어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금품 수수자로 지목된 김건희 여사를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으로 둔 배경에 관심에 쏠린다.
30일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박건욱 부장검사)는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통해 윤 전 대통령 부부와 관련한 자료를 확보했다.
압수수색영장에는 전씨와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씨가 공직자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한 혐의의 피의자로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선물의 ‘종착점’으로 지목된 김 여사는 피의자로 적시되지 않았다. 직접수사 대상이 아닌 참고인이라는 뜻이다.
법조계에선 김 여사에 대한 명확한 혐의점이 발견되는 대로 역시 피의자로 전환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관건은 통일교의 청탁이 대통령 직무와 관련 있는지 규명하는 작업일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청탁금지법에서 금지하는 것은 공무원 등의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있는 청탁이기 때문이다.
윤씨가 전씨에게 김 여사 선물 명목으로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고가 가방 등을 전달했고, 이는 통일교의 캄보디아 사업에 정부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을 받기 위한 청탁이었을 수 있다는 게 검찰이 들여다보는 의혹의 핵심이다.
실제로 윤씨의 청탁이 이뤄진 무렵인 2022년 6월 13일 정부는 향후 5년간 캄보디아에 대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를 기존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렸으며, 윤 전 대통령 부부는 2022년 11월 캄보디아 순방에 나서기도 했다.
또 김 여사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를 후원하고 대통령 관저 이전 용역을 맡았던 희림종합건축사무소(희림)이 이 무렵 캄보디아에서 우리 정부가 지원한 ODA에 사업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통일교의 청탁을 정부가 받아들여 사업상 편의를 제공한 정황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선 직무 관련성이 규명됐다고 해도 실제 기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청탁금지법이 공직자 배우자가 공직자 직무와 관련된 금품 수수를 금지하면서도 처벌 규정은 따로 두지 않기 때문이다.
한 고등법원 판사 출신 변호사는 “처벌 규정이 없는 이상 직무 관련성이 입증된다 해도 재판에 넘길 수 없다”라며 “만약 선물의 종착지가 김 여사가 아닌 윤 전 대통령임이 밝혀지면 김 여사를 공범으로 기소할 순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김 여사가 연루됐었던 다른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됐다.
김 여사는 2022년 6∼9월 최재영 목사로부터 명품 가방을 받는 모습이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를 통해 공개된 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다.
하지만 검찰은 김 여사가 받은 명품 가방 등에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고, 청탁금지법상 처벌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