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교회에 올해로 74세가 되는 여신도 한 분이 있습니다.
성실하고 착하고, 예의 바르고, 신앙심 깊은 기독청년과 만나서 결혼을 한 후에, 그 남편의 전도를 받고 신앙을 갖게 된 여신도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신앙 좋은 남편은 백혈병으로 젊은 나이에 하나님 나라로 먼저 가시고, 홀로 자녀 셋을 잘 키워내셨습니다.
큰 따님이 저와 동갑(50세)인데, 그 큰 딸이 대학교 1학년 때 혼자 되셨으니, 30여 년 그렇게 가장으로 살아 오신 겁니다.
이 신도 분이, 6개월 전에 저를 찾아 오셨습니다.
“목사님, 저 좀 이상해요. 요즘에 자꾸 깜박깜박하는데, 정상이 아닌 거 같아요. 겁이 나요. 어떡하지요? 요 며칠 저의 일상을 계속 적고 있는데, 어제 일이 전혀 기억나지 않아요…”
이야기를 천천히 듣다 보니, 단순한 깜박증세가 아니었습니다.
본인은 충격이 되겠지만,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하고,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우선이겠다 싶어서, 자녀들을 급히 만나서, 저와 같이 가족회의를 하고, 병원에 다녀 오도록 권했습니다.
역시나 초기 인지증(치매 증상-알츠하이머병)으로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이라, 저도 충격을 받았습니다.
의사의 말에 의하면, 코로나 기간 동안에 오랜 시간, 사람을 만나지 않고, 대화 하지 않고, 너무 혼자 보냈던 것이 원인 중에 하나라고 했습니다.
뇌활동이 활발하게 움직이지 못함으로 뇌가 굳어가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합니다.
어찌 코로나 기간만이었겠나 싶습니다. 홀로 자녀를 키우고, 자녀들 모두 출가 시킨 후 줄곧 혼자 지내셨던 것도 그 원인이었겠다 싶습니다.
지금은 그 여신도를 위해 저희 교회 성도들과 팀을 구성하여, 매주 화요일에 런치타임을 갖고 있습니다. 적어도 일주일에 두 번(주일과 화요일)은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면서 울고 웃으면, 뇌의 경직을 조금이나 연장시킬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함께 말입니다.
그 여신도가 초기 치매로 진단을 받은 지 벌써 6개월이 지나고 있습니다. 외관은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이나, 기억력의 감퇴는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주에 물어 본 것을 처음인 양 물어보십니다. 벌써 오래 된 일이고, 이미 알고 계시는 일이었는데, 가스펠하우스에서 제공하는 슈톨렌을 드시면서, “슈톨렌이 무엇인지, 누가 만드는지, 왜 만들기 시작했는지”를 물으십니다. 매주 같은 질문입니다. 적어도 일주일 사이의 기억은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 분과 매주 주일과 화요일에 만나서 대화를 나누면서, 갑자기 드는 생각은,
“지난주에 목사가 전한 설교 내용은 이 분의 기억 속에는 없겠구나”
그러니 매주일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은혜가 저와 당신을 살리십니다. 우리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죽고 다시 살아야 합니다”라는 복음을 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적어도 이분에게는 이 복음메세지가 처음이기 때문입니다. 이 분은 듣고 또 들어도 언제나 새로운 내용일테니 말입니다.
그런 생각과 동시에, 이 복음 메세지가 기억을 잃고 있는 여신도에게만 매주 전해야 할 메세지가 아니라는 것도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나를 위해서라도 이 복음 메세지는 매주, 아니 매일 전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이 니고데모에게 전하신 메세지가 바로 그것이기 때문입니다.
“거듭나라”, “매일 다시 태어나라”
“오늘의 너는 어제의 너가 아니다. 오늘 너는 다시 사는 것이다. 어제의 것은 아무 것도 없어. 어제의 착함, 어제의 은혜, 어제의 복음은 어제로 끝. 오늘 다시 시작해야 되. 오늘도 복음 안에서, 은혜 안에서, 친절하게, 사랑하고 용서하는 삶을 살거라. 오늘 새롭게 주시는 새로운 은혜로 새롭게 태어나 새롭게 다시 시작하거라”
그것이 “거듭남”의 개념이라는 것을 알게 하셨습니다.
그러니, 그 여신도의 기억 잃어감이 불안과 아픔 만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일매일이 새롭게 기억되는 은혜, 제가 다시 회복해야 할 은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일 아침 드리는 기도의 내용이 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님, 어제 주신 은혜는 잊게하소서. 오늘 새롭게 부어주시는 주님의 은혜로 충만하게 하소서”
“주의 인자와 긍휼이 무궁하시므로 우리가 진멸되지 아니함이니이다. 이것들이 아침마다 새로우니 주의 성실하심이 크시도다”
(예레미야애가 3:2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