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가자 지구를 통치해 온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향해 수천 발의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여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했고, 이에 대해 이스라엘이 가자 지역에 대한 무차별 보복을 천명한 가운데 이 지역에 전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하마스라는 이름은 ‘이슬람 저항 운동(하라카트 알–무카바마 알–이슬라미야, Harakat al-Muqawama al-Islamiya)’의 줄임말인데, ‘하마스’라는 단어는 아랍어로 ‘열정(zeal)’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가자 지구는 이스라엘과 이집트 사이의 지중해 연안에 자리한 길이 41km, 폭 10km의 지역을 가리킵니다. 이곳에는 약 23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거주하는, 세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곳 중 하나입니다.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 영공과 해안선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마치 감옥같은 삶을 살아야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저는 어떤 형태의 전쟁도 반대합니다. 저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은 절대로 정당화될 수 없으며,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걸 빌미로 이스라엘이 감행할 무자비한 복수전에도 반대합니다. 그동안 세계 언론은 하마스의 테러 행동은 크게 보도한 반면,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와 웨스트뱅크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행한 끔찍한 테러는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규모로 본다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에게 행한 테러가 몇 배 더 잔인하고 끔찍합니다. 어쩌면 하마스를 포함해서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에 행하는 테러는 궁지에 몰린 상태에서 나오는 처절한 몸짓일 수도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침묵합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은 좀처럼 풀기 어려운 숙제입니다. 이 문제는 이스라엘의 극단적 시오니즘과 팔레스타인의 민족주의, 그리고 서구 열강의 제국주의가 얽혀서 만들어낸 이 시대의 비극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적어도 이 일과 관련해서 편견에 사로잡히지 말아야 합니다. 먼저 이 사태를 종교전쟁으로 보는 견해입니다. 심지어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의 갈등을 기독교와 이슬람의 대결로 보는 엉뚱한 견해를 가진 그리스도인들이 많습니다. 이스라엘은 기독교 국가가 아닙니다.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인정하지도 않고, 기독교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기독교인들이 이스라엘을 편파적으로 지지하는 건 아이러니입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죽고 사는 게임을 이해하려면 수천 년 동안 진행되어 온 정치적, 지정학적 이슈들을 이해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팔레스타인 땅은 과연 누구 땅인가 하는 문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땅은 하나님의 땅입니다. 그러니 누가 이 땅을 차지하느냐는 문제를 가지고 사생결단식으로 싸울 게 아니라, 성경이 꿈꾸듯 “이리가 어린 양과 함께 살며 표범이 어린 염소와 함께 누우며 송아지와 어린 사자와 살진 짐승이 함께 있어 어린아이에게 끌리는” 세상을 이루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 크리스천은 이스라엘 편도, 하마스의 편도 들지 말아야 합니다. 다만 그 땅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갈등과 대결이 종식되도록 기도하고, 무고하게 희생당하는 백성들을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정말이지 그곳에 하나님의 평강이 임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악한 일은 피하고, 선한 일만 하여라. 평화를 찾기까지, 있는 힘을 다하여라. 주의 눈은 의로운 사람을 살피시며, 주의 귀는 그들이 부르짖는 소리를 들으신다.” (시편 34:1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