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진(秦)나라를 중원의 통일국가로 만들고, 진나라의 왕 영정(嬴政)을 시황제(始皇帝)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 이사(李斯/원어발음 리쓰)라는 신하입니다. ‘진시황을 지배한 재상’이라 평가받는 그는 진나라를 중앙집권체제로 탈바꿈시켰습니다. 그런데 진시황의 측근 신하들이 진나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다른 나라 출신 신하와 인재들을 내쫓으려고 ‘축객령(逐客令)’이라는 걸 만들었습니다. (楚)나라 출신으로 객경(客卿·외국 출신에게 주는 고위 자문직)으로 있던 이사(李斯)도 당연히 축출 대상에 올랐습니다. 이때 이사는 진시황에게 ‘축객령’의 부당함을 강력하게 호소했습니다. 그는 외국 출신의 인재들이 없었다면 진나라가 강대국의 반열에 오를 수 없었음을 지적하면서, 다른 나라 출신으로 진나라에 공헌한 인물들을 일일이 열거했습니다. 그때 이사(李斯)가 남긴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태산은 단 한 줌의 흙도 마다하지 않았기에 그렇게 높은 것이며, 강과 바다는 작은 물줄기도 가리지 않았기에 그렇게 깊은 것입니다.”
변방 국가에 지나지 않았던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하고 부국강병을 이룬 것은 넓은 포용력으로 국적과 민족과 출신을 따지지 않는 인재 기용 때문이었음을 정확히 알려주는 말입니다.
미국이 세계 초일류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전 세계에서 수많은 인재들이 모여들어 활동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미국은 이민의 문을 닫고, 인종 차별을 노골화하면서 시대에 역행하고 있습니다. 백인우월주의자들이 노골적으로 타인종을 향해 적대적인 언사를 일삼고, 정치권과 보수화된 대법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미국 대학들이 실시하는 ‘소수계 인종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이 수정헌법 제14조 ‘평등 보호’ 조항을 위배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 판결로 한국계를 포함해서 아시아계의 명문대 진학 문이 넓어졌다고 환영하지만, 과연 그렇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고, 그것이 미국 사회 전체에 유익한지 역시 알 수 없습니다.
최근 미국의 공과대학에 미국 학생들이 진학하지 않고, 인도와 중국계가 대부분인데, 그들이 졸업 후 예전과는 달리 자기 나라로 돌아가기 때문에 미국 내 인재 부족 현상이 심각하고, 이 때문에 기술력이 저하와 국가 경쟁력 약화가 나타난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미국의 경쟁력 약화를 다른 나라 탓으로 돌리고, 문을 더 걸어 굳게 걸어 잠그는 방식은 문제를 악화시킬 뿐입니다.
지난 화요일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이었습니다. 미국의 독립은 그저 한 나라의 독립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독립은 영국의 명예혁명, 프랑스 대혁명과 함께 근현대 민주주의 체제 성립의 뿌리가 된 사건 중 하나로 꼽히며, 세계 최초의 근대적 민주 국가를 설립하게 된 사건입니다. 그 후 미국은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날줄과 씨줄이 되어 세계 역사를 이끌어 왔습니다. 독립기념일을 보내면서 다시 한번 미국이 독립기념선언문에서 천명했던 가치를 되새기며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