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연구팀 “감염되지 않아도 뇌 노화 가속…회복 여부는 알 수 없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에 감염된 사람은 물론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까지 뇌의 노화 속도를 가속시켰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노팅엄대 의대 도로시 아우어 교수팀은 23일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서 건강한 사람들의 뇌 스캔 데이터로 훈련한 기계학습 모델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이후의 뇌 MRI 영상을 분석, 팬데믹 기간에 코로나19 감염 여부와 상관없이 뇌 노화가 더 빨라진 징후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논문 제1 저자인 알리-레자 모하마디-네자드 박사는 “가장 놀라운 점은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조차 뇌 노화 속도가 팬데믹 기간에 유의미하게 증가했다는 사실”이라며 “이는 고립과 불확실성 등 팬데믹 경험 자체가 뇌 건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가 뇌 노화의 분자적 징후 및 인지기능 저하와 연관이 있다는 이전 연구가 있었으나 감염 여부와 별개로 팬데믹 그 자체와 바이러스 감염이 인구 수준에서 뇌 노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연구에서 영국 바이오의학 데이터베이스인 영국바이오뱅크(UK Biobank)에 등록된 건강한 참가자 1만5천334명의 뇌 스캔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제 나이와 뇌 연령의 차이(뇌 연령 격차)를 산출하는 뇌 노화 측정 기계학습 모델을 만들었다.
이어 이 모델로 팬데믹 이전에 두번 뇌를 스캔한 564명과 팬데믹 전후 한 번씩 뇌를 스캔한 432명의 데이터를 분석, 두 그룹 간 뇌 노화 속도 차이를 조사했다. 두 그룹의 뇌 스캔은 모두 평균 33개월 간격을 두고 이루어졌다.
분석 결과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은 사람들은 코로나19 감염 여부와 관계 없이 팬데믹 이전에만 뇌를 스캔한 사람들보다 뇌 노화가 더 빠르게 진행됐음을 보여주는 징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을 경험한 그룹은 두 번째 뇌 스캔 시점에서 팬데믹 이전 스캔 그룹보다 뇌 연령이 평균 5.5개월 더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이들의 뇌 노화가 5.5개월만큼 더 빠르게 진행됐음을 시사한다.
특히 이런 변화는 젊은 사람보다는 나이가 많은 사람, 여성보다는 남성, 그리고 사회경제적 불이익(실업, 저소득, 낮은 교육 수준, 건강 문제 등)을 겪은 사람들에게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뇌 스캔과 함께 실시된 인지 테스트에서는 가속화된 뇌 노화가 정신적 유연성과 정보 처리 속도 같은 인지기능의 저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런 인지 기능 저하는 팬데믹 그룹 중 코로나19 감염자들에게서만 관찰됐다.
연구팀은 이는 감염 없이 팬데믹 자체로 인해 발생한 뇌 노화는 인지 등 뇌 기능상 증상을 유발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관찰된 뇌 노화 역시 회복 가능할 수도 있지만 현재 연구 집단으로는 이를 검증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우어 교수는 “이 연구는 뇌 건강이 질병뿐 아니라 일상적인 환경에 의해서도 형성된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며 향후 공중보건 위기 시 뇌 건강을 개선하기 위한 맞춤형 연구와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 출처 : Nature Communications, DorotheeP.Auer et al., ‘Accelerated brain ageing during the COVID-19 pandemic’,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5-610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