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구팀 “의사결정, 기존 이론과 달리 뇌 여러 영역서 동시에 분산 처리”
특정 의사결정을 할 때 뇌세포 하나하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생쥐의 전체 뇌 활동 지도가 처음으로 완성됐다.
분석 결과 뇌가 정보를 단계적으로 처리한다는 전통적인 위계적 관점과 달리 의사결정이 특정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뇌 여러 영역에 분산돼 동시에 정교하게 조율된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과 유럽의 대학과 연구기관 12곳으로 구성된 국제 뇌 연구소(IBL) 연구팀은 4일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2편의 논문에서 생쥐가 의사결정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탐침으로 뉴런 활동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전체 뇌 활동 지도를 만들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IBL 공동 창립자인 스위스 제네바대 알렉상드르 푸제 교수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일어나는 단일 뉴런 활동을 뇌 전체 차원에서 지도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50만개가 넘는 뉴런의 활동을 기록한 이 지도는 생쥐 뇌 279개 영역, 뇌 전체 용적의 95%가 담긴 방대한 규모”라고 말했다.
2017년 공식 출범한 IBL은 여러 연구실에서 동일한 도구와 데이터 처리 과정을 공유하는 새로운 협업 모델을 도입해 데이터 재현성을 확보했다.
IBL 12개 연구실은 최신 전극 장치인 ‘뉴로픽셀 탐침(Neuropixels probes)을 사용해 생쥐가 의사결정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뇌 활동을 측정했다. 실험에서 생쥐들은 화면 앞에 앉아 왼쪽이나 오른쪽에 나타나는 빛을 본 뒤, 그 방향으로 작은 바퀴를 돌리면 보상받았다.
연구팀은 첫 번째 논문 ‘복잡한 행동 동안의 뇌 전체 신경 활동 지도'(A brain-wide map of neural activity during complex behaviour)에서 의사결정 신호가 특정 뇌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예상외로 뇌 전체에 분산돼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는 뇌 기능을 위계적으로 본 전통적인 모델에 의문을 제기하는 최근 연구 흐름에 부합하는 것으로, 의사결정뿐 아니라움직임 시작이나 보상 과정에서도 뇌 영역 간의 소통이 끊임없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런 뇌의 전체적 활동 양상은 앞으로 신경과학자들이 복잡한 행동을 연구할 때 개별 영역이 아닌 뇌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적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논문 ‘뇌 전체에 걸친 사전 정보의 표현'(Brain-wide representations of prior information)은 최근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큰 일’을 예상하는 사전 기대(prior expectation)가 뇌 전체에 부호화돼 있음을 보여줬다.
놀랍게도 이런 기대에 관련된 신호는 인지 영역뿐 아니라 감각 정보를 처리하고 행동을 제어하는 영역에서도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는 뇌가 일종의 ‘예측 기계'(prediction machine)처럼 작동하고 여러 뇌 구조에 분포한 기대 신호가 행동 반응을 이끄는 핵심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는 조현병이나 자폐증처럼 뇌가 기대를 갱신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고 여겨지는 질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BL 멤버인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케니스 해리스 교수는 “전통적으로 신경과학은 뇌 영역을 따로 떼어 연구해 왔다”며 “이제 전체 뇌 활동을 기록할 수 있게 돼 모든 조각이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출처 : Nature, International Brain Laboratory, ‘A brain-wide map of neural activity during complex behaviour’,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5-092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