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액으로 호르몬 상태 측정하고 심장과 뇌 가상 재현해 예방·치료에 활용
연구실 속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 의료체계에 편입 중
행사의 주요 키워드로 인공지능(AI) 혁명, 공동체와 함께 장수(longevity)가 꼽힌 올해 CES 전시관에서는 ‘수명 연장의 꿈’을 기술로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소개됐다.
7일(현지시간) 개막한 ‘CES 2025’에 출품된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기술을 관통하는 주제는 ‘예측형 헬스케어’와 진단·치료의 ‘초개인화’로 집약됐다.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질병에 걸린 뒤 치료에 매달리는 것보다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생각과 각각 다른 체질과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개개인 각자의 특성에 최대한 맞춘 헬스케어가 주효한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캐나다 헬스케어 기업 엘리헬스는 침에서 코티솔 또는 프로게스테론 수치를 감지하는 호르몬 측정기 ‘호르모미터’를 전시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테스트 당 약 8달러가 소요되는 이 기기가 심박수를 체크하는 것처럼 호르몬 건강도 일상적으로 측정할 수 있도록 해 새로운 개인 맞춤형 건강 시대를 앞당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의술로 정복이 쉽지 않던 질병에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접목돼 해결의 실마리를 찾거나 전통적인 헬스케어 제품 범위에 들지 않던 소재가 활용된 사례도 CES 2025에서 눈길을 끌었다.
한양대 대학원 휴먼컴퓨터인터랙션(HCI)학과 게임연구실 김기범 교수팀은 디지털 치료 장치 분야에서 CES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치료가 쉽지 않아 만성화되기 일쑤인 이명증을 가상 현실 기술을 적용해 치료하는 디지털 기술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국내 기업 메디코스바이오텍의 인공지능 기반 상처 치료 설루션은 거미줄 단백질을 소재로 한 붕대와 개인별 상처 진단 앱을 결합한 제품이다.
상처 부위 사진을 앱에 올리면 상처를 분석하고 붕대 사용법 등 치료 계획을 추천한다. 사용되는 붕대는 조직 재생을 촉진하며 생분해성 소재인 거미줄 단백질로 만든 것이다.
네덜란드의 플로우빔은 액체 치료 약을 주사하지 않고 피부에 분사해 주입하는 장치를 출품했다. 이 분사기는 백신 접종에 주로 쓰이는 일반 굵기 바늘의 약 10분의 1 크기로, 당뇨병 환자가 인슐린 주사를 놓는 대신 활용할 수 있다.
한편, 일론 머스크의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주도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분야도 이번 CES에서 관심사로 떠올랐다.
개막식 당일에는 ‘인지능력 향상 : 뇌 컴퓨터 인터페이스의 미래’를 주제로 콘퍼런스가 열렸다.
행사에서는 뇌신경과학(뉴로테크)이 신경 영상의 진단과 신경 장애 치료를 혁신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