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상[강동경희대병원 제공]
겨울철엔 실내외서 모두 낙상 주의해야…”큰 통증 없다고 방치해선 안 돼”
겨울철만 되면 각 병원 응급실에는 낙상 사고로 인한 골절이나 타박상 등을 호소하는 환자가 부쩍 늘어난다.
더욱이 최근에는 야외 활동이 많은 연말연시에 한파가 이어지고 눈까지 내리면서 전국적으로 낙상 사고가 더욱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이경원 교수는 “공식적인 환자 통계치는 없지만, 한파와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지나면서 낙상에 따른 부상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낙상 사고가 무서운 건 균형 감각이 떨어지고 뼈가 약한 노인들의 경우 가벼운 낙상이라도 사망 위험을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65세 이상 노인 3천917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낙상사고를 경험한 노인이 이런 경험이 없는 노인보다 사망위험이 최대 15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년층에서 가장 치명적인 낙상 관련 부상은 엉덩이뼈와 허벅지 뼈를 연결하는 고관절 골절이다. 60대 이후부터는 골조직이 급격히 약해지는 시기여서 미끄러질 때의 가벼운 외상만으로 쉽게 골절이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고관절이 골절되더라도 다리나 팔처럼 통증이 심하지 않고 붓기가 적어 방치되기 쉽다는 점이다.
하지만 노년기에 고관절이 골절되면 장시간 침상에 누워 있게 되면서 폐렴, 욕창 등과 혈전으로 인한 심장마비, 폐색전, 뇌졸중 등 다양한 합병증이 유발될 수 있다.
손목 골절은 고관절 골절만큼 위중하지는 않지만, 모든 골절의 15%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흔한 편이다. 넘어질 때 손으로 바닥을 짚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체중의 2∼10배에 달하는 힘이 손목에 전달되면서 골절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손목뼈가 부러지면 손목 부위가 아프고 부어오르며, 경우에 따라서는 손목이 포크처럼 변형되기도 한다. 하지만 금이 가거나 부러진 뼈가 서로 맞물린 상태라면 큰 통증을 느끼지 못한 채 방치하다가 뒤늦게 병원을 찾는 경우도 많은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넘어지는 순간 척추에 많은 하중이 가해지면서 생길 수 있는 척추압박골절도 낙상에 따른 잦은 부상 중 하나다. 특히 폐경기 이후 골다공증으로 척추뼈가 약해진 여성들은 척추압박골절에 더욱 취약한 만큼 집을 나서기 전에 도로 여건을 잘 살펴 낙상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척추압박골절이 발생하면 통증으로 보행이 어려울 수 있으며, 통증이 어느 정도 사라진 후에도 허리를 똑바로 펼 수 없어 불안정한 자세로 보행하게 된다. 이는 결국 허리 주변 근육과 인대 손상으로 악화할 수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재활의학과 김동환 교수는 “우리나라 50∼60대에서는 낙상 때 손목과 발목 골절이 주로 발생하고, 나이가 많아질수록 척추와 고관절 골절 발생이 증가한다”면서 “노인의 경우 낙상 골절이 발생하면 뼈뿐만 아니라 관절, 인대, 힘줄 주변이 같이 손상돼 치료과정이 복잡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낙상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외출 전 충분히 몸을 풀어 관절과 근육을 이완시켜야 한다. 옷차림은 따뜻하되 움직임이 거추장스럽지 않고 가벼운 게 권장된다. 신발은 미끄럼을 막아주는 기능이 있는 게 좋다.
노인의 경우 등산 스틱이나 지팡이를 챙기면 길을 나서는 데 도움이 된다. 차에서 내릴 때나 계단을 내려갈 때는 길이 얼어있는지 살피고 중심을 잡고 천천히 걸어야 한다. 내리막길을 걸을 때는 무릎을 살짝 구부린 채로 비스듬히 내려오는 게 안전하다.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는 건 균형 감각이 무너질 수 있어서 금물이다. 장갑을 끼고 손으로 균형을 잡으며 걸으면 넘어지더라도 고관절이나 척추, 얼굴 등에 큰 부상을 막을 수 있다.
빙판길에서 넘어졌을 때 대처도 중요하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벌떡 일어나 몸을 움직이면 더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넘어졌을 때는 당황하지 말고 천천히 몸을 일으킨 다음 잠시 쉬면서 다친 곳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특별한 증상이 느껴지지 않을 때 천천히 몸을 움직이는 것도 요령이다.
만약 손으로 눌렀을 때 참을 수 없이 아프다면 골절을 의심하고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낙상 이후 하루, 이틀 충분히 쉬었는데도 통증이 지속된다면 병원에서 미세 골절 가능성을 확인하는 게 바람직하다.
낙상은 집안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전원주택 등에 거주하는 경우 화장실이나 외부 계단 등에 물기나 살얼음이 없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골다공증이 있거나 체력이 약한 노인들은 침대보다 바닥에서 잠을 자는 것도 낙상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김동환 교수는 “고령의 어르신들은 낙상 사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인해 ‘가만히 집에만 있어야겠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런 경우 관절 상태가 더 나빠져 낙상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면서 “겨울에도 자주 일어나서 조금씩이라도 움직이는 활동을 해야 낙상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