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에는 과학과 이야기, 둘 다 필요합니다”
Z세대(13~28세)의 정신 건강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청소년 자살률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우울증 증세도 심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소셜 미디어나 코로나19 팬데믹만을 탓하는 것으로는 이 세대의 고통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한다. 세대 간 트라우마, 구조적 인종차별, 그리고 경제적 불안정성이 이들의 정신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5일, 아메리칸커뮤니티미디어(ACoM)가 주최한 뉴스 브리핑에서 정신 건강 전문가들은 ‘증거 기반 치료’와 ‘문화적 소속감’을 결합한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진정한 공중 보건 위기에 처해 있다”
보스턴대학교 아동·청소년 불안치료 프로그램의 임상심리학자 오브산나 레이퍼(Dr. Obsanna Leifer)는 청소년 정신 건강의 심각성을 이렇게 표현했다. “무엇이 효과적인지는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것을 실제로 제공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조사에 따르면 Z세대의 약 40%는 지속적인 슬픔이나 절망을 경험하고 있으며, 5명 중 1명은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 이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교실, 가정, 병원에서 마주하는 실제 아이들의 이야기다.
청소년 정신 건강, 인종과 계층의 문제도 함께 봐야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원의 키아라 알바레즈 박사는 유색인종 청소년들이 겪는 만성적 스트레스에 주목했다. “흑인과 라틴계 청소년들에게 인종차별은 단발적인 사건이 아닌 일상적인 피로감의 원천입니다. 고정관념에 싸인 학교 시스템, 지역사회 안전에 대한 불안, 언어 장벽과 경제적 어려움은 이들을 더욱 위협합니다.”
알바레즈는 “부모가 여러 직업을 전전하고, 아이가 10살 때부터 공과금을 통역하는 상황이라면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 자체가 달라집니다. 하지만 시스템은 여전히 느리게 움직이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인지행동치료(CBT): 과학적으로 입증된 접근
레이퍼 박사는 인지행동치료(CBT)를 ‘증거 기반 치료의 황금률’이라고 부르며 그 접근성 확대를 촉구했다. CBT는 청소년이 부정적인 사고 패턴을 인식하고, 감정을 조절하며 평생 활용할 수 있는 대처 기술을 익히게 하는 데 효과적이다.
그러나 많은 아이들은 도움을 요청하더라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마음을 터놓는 것과 실제로 기능을 회복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CBT는 그런 차이를 메울 수 있는 치료입니다.”
CBT는 학교 프로그램, 또래 상담사, 디지털 앱 등 다양한 형태로 도입 가능하며, 이미 아이들이 이용 중인 플랫폼과 연결되면 효과는 더 커질 수 있다.
“말이 전부는 아니다” – 문화적 치료의 필요성
하지만 레이퍼는 CBT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정신 건강은 관계, 정체성, 소속감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문화적으로 적절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옐로 체어 콜렉티브’의 공동 창립자 이수진 대표는 “아시아계 미국인 공동체는 단순히 낙인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세대를 이어온 침묵과 싸우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민, 전쟁, 빈곤의 기억은 이름 붙여지지 않은 채 청소년들에게 정서적 잔재로 남는다.
이 대표는 CBT 외에도 태극권, 사운드 배스, 호흡법 등 비언어적 치유 방식을 병행한다고 소개했다. “때로는 함께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치료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소속되지 못한 채, 살아남기 위한 선택을 하게 되죠”
22세 청소년 옹호자 빅토리아 버치는 불안과 우울, 자해로 인해 위탁 보호를 받다가 결국 청소년기에 수감되기도 했다. “지지받는 느낌이 아니라, 처벌받는 느낌이었어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는 지역사회 단체 ‘빌러브드 빌리지(Beloved Village)’를 통해 삶의 희망을 다시 찾았다. “그들은 제 고통을 증명하라고 요구하지 않았어요. 그저 그 자리에 있어 주었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
Z세대가 고통에서 벗어나 치유되기 위해서는 문화적으로 적절한 치료와 검증된 과학적 치료에 대한 접근성이 동등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알바레즈는 “CBT는 기술을 가르치고, 문화적 소속감은 의미를 제공합니다. 청소년들에게는 두 가지 모두가 필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수진 대표 역시 같은 뜻을 전했다. “우리가 젊은이들이 시스템에 맞추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그들의 정체성과 이야기를 반영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