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군목으로 임관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말할 수 없는 은총이며 기적이라 할 만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부대에 배치된 후 군인 교회 가족들 목회는 물론이고 내무반을 돌며 군인 형제들을 만나고 위로하고 말씀 전하는 일에 열심으로 사역하였습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주신 거룩한 비젼이었으며 참으로 귀한 사역이었습니다.
힘에 지나는 수고와 눈물로 몸부림치기도 했고 감격과 희열을 맛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군단장 표창도 받았고, 장기 복무를 권유받기도 했고, 위문왔던 한 교회에서는 자기 교단으로 적을 옮기지 않겠느냐는 제안도 받았습니다.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함께 동역하는 군종병들에게도 최선을 다하여 섬겼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군종병들의 얼굴이 어두운 것을 깨달았습니다.
처음에는 무심히 지났지만 나중에는 심각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군종병들을 한 사람 한 사람 면담을 하면서 그들이 저를 매우 어려워한다는 것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잘 해 주었는데 왜 저를 어려워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담임목회를 할 때, 사역이 서툴고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전도사님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몇 번 충고도 하고 사역에 대하여 가르치기도 햇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제게 편지를 보냈는데 편지 중에 충격을 주는 구절이 있었습니다.
“목사님이 무서워요!”
이런 일을 겪으면서 저 자신에 대하여 깊이 돌아보게 되었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제가 너무나 힘든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부드러우나, 저와 함께 하는 사역자들에게는 매사에 완벅한 결과를 요구하고, 경직된 얼굴로 대할 때가 많으며, 그렇지 못하게 되면 마음이 다급해지고 신경이 곤두서곤 했던 것입니다.
그러니 저와 함께 사역하는 것이 힘들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아무리 목회를 잘한다는 칭찬을 받고 교회가 외형으로 성장하여도 가까이 동역하는 이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향기를 느끼지 못하게 하였다면 변명의 여지가 없는 실패한 목회자인 것입니다.
속죄함의 확신과 말할 수 없는 하나님의 사랑에 감격하여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찬미를 드릴 때 빛나던 그 얼굴빛이 사라진 것입니다.
저는 누구나 안기어 올 수 있을만큼 마음이 열려진 목회자, 풍겨지는 그리스도의 향기 때문에 다시 만나고 싶어지는 그런 목회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마음이 간절하다고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 자신에 대한 그런 좌절 때문에 나는 죽고 예수로 사는 복음 앞에서 기쁨의 눈물로 아멘 할 수 있었고 주 예수님 안에 거하기 위하여 항상 주님을 바라보는 삶을 살게 된 것입니다.
주님 안에 거하지 못하는 순간, 여전히 저는 가까운 사람에게 상처와 실망을 주는 자입니다.
그래서 더욱 주님을 바라보려는 것입니다.
주 예수님 만이 그리스도의 향기를 내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