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림막에 가려진 경복궁 담장(서울=연합뉴스)
세척·색 맞춤 작업 진행…재발 방지 종합대책 발표 예정
비용 청구 등 법률검토 본격화…4대 궁·왕릉 등도 관리 강화
스프레이로 훼손됐던 경복궁 담장이 낙서 흔적을 지운 뒤 내년 초 공개된다.
문화재청은 경복궁 담장의 낙서를 제거하는 작업을 26일 재개했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전국을 강타한 최강 한파로 작업이 중단된 지 약 닷새 만이다.
이날 오전 작업을 시작한 국립고궁박물관과 국립문화재연구원 관계자들은 붉은색과 푸른색 스프레이 흔적이 남지 않도록 기존에 작업한 부분을 확인하고 세척 작업 등을 했다.
이들은 29일까지 낙서 흔적을 지우고 주변 석재와 색을 맞추는 과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전문가 자문, 모니터링(관찰)을 거쳐 내년 1월 4일 담장 주변에 설치한 가림막을 걷고 대중에 공개할 방침이다.
현장의 한 관계자는 “스프레이로 오염된 부분은 어느 정도 완료했고, 미세하게 다듬는 작업이 남았다. 기상 상황으로 하지 못했던 부분을 마무리 짓는 단계”라고 말했다.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된 구간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경복궁 서측의 영추문 육축(陸築·성문을 축조하기 위해 큰 돌로 만든 구조물)에는 문을 가운데 두고 좌·우측 6.25m 길이 구간에서 낙서가 확인됐다.
국립고궁박물관으로 들어가는 작은 문(쪽문)의 경우 왼쪽 8.1m, 오른쪽 30m 등 약 40m에 달하는 구간에서 스프레이 흔적이 남아 이를 제거해 왔다.
문화재청은 구간별 석재 상태와 작업 상황을 고려하며 제거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쪽문 오른쪽에서 광화문으로 이어지는 담장은 2010년 복원 공사를 하며 조성한 터라 비교적 상태가 좋은 편이지만, 쪽문 왼쪽 담장은 1975년에 쌓은 탓에 작업이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화학 약품을 발라 오염물을 닦아 내는 것부터 레이저 기기를 사용한 기법, 입자가 고운 돌가루를 강한 압력으로 분사해 표면의 오염물을 벗겨내는 기법 등 여러 방법이 동원됐다.
문화재청은 내년 1월 복구 작업을 마친 담장을 공개하면서 궁궐 등 주요 문화유산의 외곽 순찰 인력 증원, 폐쇄회로(CC)TV 설치 확대 등을 담은 종합 대책도 발표할 예정이다.
스프레이 낙서로 피해를 본 경복궁 측은 복구 작업에 든 비용을 청구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현행법은 지정문화유산에 글씨, 그림 등을 쓰거나 그리거나 새기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며, 이를 어길 시 원상 복구를 명하거나 관련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문화재청이 비용을 청구한다면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경복궁관리소 측은 최근 비슷한 사건이나 판례가 있는지, 구상권을 청구할 시 절차가 어떠한지, 훼손한 당사자가 미성년자일 때는 어떤 절차가 필요한지 등을 법조계에 자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문화재청은 궁궐 안에 있는 각종 낙서에 대해서도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궁능유적본부가 4대 궁궐과 종묘, 조선왕릉 내부를 살펴본 결과 건물 기둥과 벽체 등에서 연필이나 유성펜, 수정액, 뾰족한 도구 등이 쓰인 낙서 다수가 확인됐다.
최근 경복궁 담장 낙서 사건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경복궁을 비롯한 주요 궁궐 등 문화유산 곳곳에서 다양한 종류의 낙서가 자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낙서를 수시로 제거하고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라며 “별도의 보존 처리가 필요한 경우에는 전문가 검토 등을 거쳐 조속히 제거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오는 29일까지 주요 궁궐과 종묘, 조선왕릉에 낙서 행위가 금지된다는 점을 알리는 안내판을 설치하고, 안내 책자에도 관련 내용을 넣을 계획이다.
문화재청은 “국가 유산에 낙서하는 행위 등은 명백히 국가유산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현행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는 범죄”라고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