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앤 핑크오피스[강애란 촬영]
명동·성수 외국인들 화장품 싹쓸이…쇼핑 리스트 만들어 오기도
성수에 아모레성수·롬앤·토리든 등 플래그십 매장 몰려
“틱톡 등 SNS 보고 찾아와” “K팝 가수 메이크업 보고 관심 커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보고 피부진단 예약하러 왔죠.”
지난 1일 서울 성동구 올리브영N성수에는 피부진단 서비스를 예약하려고 줄을 선 외국인들이 눈에 띄었다.
이 가운데 카리브해 국가에서 왔다는 트레시아는 어떻게 올리브영의 체험 서비스를 알게 됐냐고 묻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틱톡을 봤다고 했다. 그는 “피부 타입을 진단받고 제 피부에 맞는 제품을 추천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피부진단 서비스 예약에는 15분 만에 8명이 몰렸는데 이 가운데 7명이 외국인이었다.
각종 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올리브영N성수는 명동 못지않게 외국인 방문객이 많은 매장이다.
하루 평균 방문자가 8천명에 달하는데, 전체 매출의 70%는 외국인 고객이 차지한다.
매장 개장 시간 전에 고객들이 줄을 서는 ‘오픈런’도 발생한다.
무더운 날씨 탓에 주변 카페와 그늘에 있던 외국인 고객 10여명이 개장 시간에 맞춰 매장을 찾았다.
파리에 거주한다는 모로코 출신의 사하 로우스타라트는 “가족여행으로 한국에 왔다가 화장품을 사러 혼자 아침 일찍 나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마트폰에 올리브영 앱을 깔아놨다며 앱 ‘장바구니’에 담아 놓은 쇼핑리스트를 보여줬다. 쇼핑리스트에는 클렌징폼, 토너 등 피부관리 제품들이 10여개 넘게 담겨있었다.
그는 “한국 화장품은 ‘나이스 프로덕트, 나이스 프라이스'(제품과 가격이 좋다)”라며 “파리에도 화장품이 많지만, 기초제품 종류가 한국만큼 다양하진 않다. 다른 올리브영 매장도 가봤는데 여러 브랜드를 한 번에 쇼핑할 수 있어 좋았다”고 웃었다.
실제 매장 내에는 ‘관광명소’에 온 듯 캐리어를 끌고 있는 외국이 종종 보였다.
특히 인기가 좋은 마스크팩 판매대는 줄지어서 제품을 구경할 정도로 사람이 북적였다. 10개 묶음 박스를 4∼5개씩 집거나 번역 앱을 이용해 제품을 살펴보는 외국인들도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을 겨냥한 K팝 앨범을 판매하는 코너도 있다. 해외에서 K컬처에 대한 관심이 많은 만큼 고객의 흥미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덴마크 국적의 오스카는 “3개월간 일 하러 한국에 왔는데 친구가 이곳을 추천해줬다”며 “유럽에서는 한국 가수들의 화장법이 유명한데 어떤 제품을 써서 화장했는지 관심이 많아 한국 화장품이 인기를 끌게 된 것 같다”고 전했다.
매장 색조 제품 판매대에서 여러 입술 제품을 손등에 발라 색깔을 비교해보던 일본 국적의 호노카는 “일본도 색조 화장품이 유명하지만 한국이 색 종류가 더 많다”며 “나한테 꼭 맞는 색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성수동에는 올리브영뿐만 아니라 아모레퍼시픽[090430]의 플래그십 매장 아모레성수와 색조제품이 유명한 ‘롬앤’, 세럼으로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토리든’ 등의 매장이 자리 잡고 있다.
미용기기로 뜬 에이피알[278470]도 연내 성수동에 매장을 낼 예정이다.
아모레성수는 피부색에 맞게 맞춤형 파운데이션을 제조해 주는 헤라의 ‘실키 스테이 커스텀 매치’ 서비스 인기가 좋다. 지난 2023년 4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지난 5월까지 1만여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이용 고객 10명 중 9명은 외국인이다.
이날 딸과 매장에서 제품을 꼼꼼하게 둘러보던 폴란드 국적의 아그네스는 “친구가 한국에 가면 화장품을 사다 달라고 해서 들렀다”며 “유럽에도 세포라 같은 화장품 매장이 있지만 제품이 많지 않고, 한국 제품 정도 퀄리티(질)라면 최고급 제품이어서 비싸다”라고 말했다.
딸 니나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한국 화장품이 인기”라며 “다른 제품들보다 한국 화장품이 더 수분감이 있고 가격도 적당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