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참전영웅 ‘앤서니 콘제’ 상사 75년만에 영면

1950년 한국전쟁 중 실종된 미 육군 앤서니 콘제 상병의 신원이 75년 만에 확인됐다. 유해는 조지아주 캔톤에서 정식 군 예우 속에 안장됐으며, 유가족은 “희망을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장례식에 참석한 신혜경 보훈영사는 고인의 희생에 경의를 표하고, 가족에게 대한민국 정부의 평화의 메달을 전달했다.

한국전쟁 참전 중 실종된 뒤 오랜 세월 무명용사로 남아있던 미 육군 앤서니 콘제(Anthony Consiglio) 상병이 75년 만에 본인의 이름을 되찾고, 조지아주 캔톤에서 군 예우 속에 안장됐다.

조국을 위해 싸운 미군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이날 장례식에는 애틀랜타 총영사관 신혜경 보훈영사를 비롯해 한미우호협회 박선근 회장, 대한민국 재향군인회 미남부지회 장경섭 회장등이 참석해 깊은 애도를 표했다.

콘제 상병은 1930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나 1949년 육군에 입대해, 한국전쟁 당시 제2보병사단 제23보병연대 C중대에서 복무했다. 1950년 9월 1일, 경상남도 창녕 인근 전투에서 실종됐고, 이후 1951년 신기리 근처 폐참호에서 유해가 발견됐으나 신원 미확인 상태로 하와이 호놀룰루 펀치볼 국립묘지에 무명용사로 안장됐다.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은 2021년 유해를 발굴해 정밀 분석을 거친 끝에 2024년 12월 18일, 콘제 상병의 신원을 공식 확인했다.

오랜 세월 그를 기다린 가족들은 뒤늦은 확인 소식에 눈물을 흘렸다. 콘제 상병의 조카딸 도미니카 도나 존스는 “12월 18일 연락을 받았을 때, 정말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 같았다”며 “삼촌이 평안히 쉬실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존스는 과거 한 가족 어르신의 임종을 앞두고 “만약 삼촌이 발견되면 꼭 처리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되어 기적 같다”면서, 아직 실종자를 기다리는 가족들에게는 “절대 희망을 놓지 말고, 알고 있는 정보를 자녀들에게 전해달라”고 당부했다.

장례식에는 애틀랜타 총영사관 신혜경 보훈영사가 참석해, 유가족에게 대한민국 정부가 수여하는 ‘평화의 메달(Peace Medal)’을 전달했다. 평화의 메달은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에 감사를 표하는 상징적인 훈장이다.

콘제 상병에게는 애틀랜타에 거주 중인 여동생 캐럴 로버슨, 뉴욕의 아이린 이건, 로레타 버그스마 등 세 명의 자매를 비롯한 조카와 친척들이 있으며, 이들은 “그가 사랑받는 아들, 형제, 삼촌, 친구로 기억될 것”이라며 슬픔과 자부심을 함께 표했다.

DPAA에 따르면 한국전쟁에서 실종된 미군 중 아직도 약 7,000명이 신원 미확인 상태다. 이번 앤서니 콘제 상병 사례는, 끝내 돌아오지 못할 것 같았던 한 영웅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희망의 상징이 됐다.

한편 콘제 상병의 묘비에는 이제 더 이상 “무명”이라는 이름 대신, 그가 남긴 역사와 희생이 또렷이 새겨지게 됐다.

윤수영 대표기자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