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이사회 앞두고 57쪽 자료 이사들에게 배포
미국 수도 워싱턴DC의 국립 공연장 ‘존 F. 케네디 기념 공연예술센터'(이하 케네디센터)의 경영진이 ‘센터 건물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달아야만 센터가 자금지원을 받아 파산을 면할 수 있다’는 취지의 자료를 이사들에게 배포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3일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센터 경영진은 15일 열릴 특별이사회를 앞두고 이사들에게 이런 내용이 담긴 57쪽짜리 자료를 배포했다.
경영진은 센터가 곧 재정 파국을 맞을 것이 확실하다면서 몇 주 내에 급여 지급이나 정기적 유지보수 계약에 따른 비용 지불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을 피하는 유일한 길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센터에 달아서 그가 센터 운영자금 마련을 위한 모금에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WP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센터 경영진은 “트럼프 대통령의 역할을 인정하는” 10개 문안을 이사들에게 제시하면서 이 중 하나를 센터 외벽에 새기도록 해달라는 안건을 올렸다.
제시된 문안에는 “도널드 J. 트럼프 대통령의 관대함으로 보수·복원·유지됨”, “도널드 J.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보수·감독·지원이 이뤄짐”, “도널드 J. 트럼프 대통령과 트럼프 케네디센터 기금이 보수·복원·기금 조성을 감독함” 등이 있다.
경영진은 아울러 센터 본관을 계속 운영할 경우 인명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즉각 폐쇄를 결의해달라는 안건도 이사회에 올렸다.
이사회는 개보수를 위해 센터를 2년간 폐쇄하는 계획을 지난달에 통과시킨 바 있으나, 이번 안건은 즉각 폐쇄를 결의해달라는 것이어서 내용이 다르다.
현재 센터 이사회는 당연직 이사 소수를 제외한 비(非)당연직 이사 전원이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2월에 새로 임명한 이사들로 구성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2주 만인 작년 2월에 케네디센터의 기존 이사장과 대표이사와 비당연직 이사 전원을 일괄 경질하고 이사장직을 본인이 직접 맡겠다고 발표했으며, 이는 역대 대통령 중 최초 사례였다.
그 후 센터의 관객 수, 티켓 판매, 기부금 모금 등 실적이 급감하고 예술가들의 출연 취소가 잇따랐고, 작년 12월에 이사회가 센터의 이름을 ‘도널드 J. 트럼프 및 존 F. 케네디 기념 공연예술센터'(이하 트럼프 케네디 센터)로 변경하겠다는 의안을 통과시킨 것을 계기로 실적이 더욱 악화했다.
케네디 센터는 의회가 통과시킨 법률로 설립된 법정 기관이므로 적법하게 이름을 바꾸려면 의회의 결의나 법률 개정이 있어야만 한다. 그러나 ‘트럼프 케네디 센터’로 개칭하는 방안은 이런 절차 없이 추진됐다.
관객이 급감하고 공연이 잇따라 취소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센터 경영진은 개칭을 계속 추진하면서 건물 간판에 트럼프의 이름을 다는 한편 센터를 2년간 폐쇄해 대규모 개보수를 하겠다는 구상을 올해 2월에 발표했다.
이 구상은 올해 3월 이사회에서 통과됐다가 올해 5월 워싱턴DC 연방법원의 명령에 따라 일단 임시로 제동이 걸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그가 임명한 센터 경영진 등은 이를 계속 추진하려 하고 있다.
개보수를 위해 센터를 2년간 폐쇄하는 계획은 법원의 재검토 명령에 이어 올해 8월에 이사회에서 재차 통과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