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 유튜브 ‘뜬뜬채널’[유튜브 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예능인들, TV와 유튜브 활발하게 오가며 활약…”지상파의 독점적 지위 무너져”
스타 MC들도 뛰어든 유튜브…”신인 키워내는 생태계에 타격 우려도”
최근 지상파 연말 시상식에서 ‘국민 MC’ 유재석은 5년 만에 대상 없이 한 해를 지나 보냈고, 주류 미디어에서 배척받던 아프리카TV 진행자 출신 트랜스젠더 여성 풍자는 여자 신인상을 받았다.
예측을 벗어난 결과는 아니었다. 유재석을 비롯한 톱 예능인들은 TV보다도 유튜브에서의 활약이 두드러졌고, 그들의 빈자리는 새로운 ‘대세’로 떠오른 방송인들이 메꿨다.
◇ 유재석·이경규·신동엽 등…톱 예능인들, 유튜브로 대이동
8일 방송가에 따르면 TV 방송과 웹 콘텐츠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예능 판에 큰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방송가를 주름잡던 스타 MC들은 잇달아 유튜브로 본격 진출하며 활동 영역을 넓혔다.
이들은 오랜 방송 경력으로 쌓은 인맥과 매끄러운 진행 능력을 활용해 편안한 분위기의 토크쇼를 진행하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유튜브에서 ‘뜬뜬채널’을 개설한 유재석은 절친한 친구들을 초대해 ‘만담’ 수준의 토크를 펼친다.
기존의 10~15분 수준의 ‘인기 동영상 길이’ 기준을 과감히 벗어나 1시간이 넘는 긴 길이의 영상들을 올리는데, 오히려 차별화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조회수 200만에서 300만은 기본적으로 달성할 만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유튜브로 간 ‘예능 대부’ 이경규는 ‘방바닥 노가리 토크쇼’를 표방하는 채널 ‘르크크 이경규’를 운영하고 있다. 역시 친한 연예인을 불러 토크를 나누고, 영화 리뷰 콘텐츠도 진행한다.
지상파 방송에서는 하지 못할 아슬아슬한 수위의 ‘술방’ 콘텐츠나 ’19금 토크쇼’를 진행하는 이들도 있다.
연예계 주당으로 소문난 신동엽은 게스트와 실제로 술을 마시며 토크를 나누는 ‘짠한형 신동엽’을, ‘악마의 재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탁재훈은 19금 토크쇼를 펼치는 ‘노빠꾸 탁재훈’으로 화제를 끌고 있다.
◇ 유튜브 출신 방송인들, 안방극장 대세가 되다
반면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으던 방송인들은 지상파 프로그램으로 넘어와 활약 중이다.
특수부대 UDT 출신 전직 군인이자 유튜버인 덱스가 대표적이다. 밀리터리 웹예능 ‘가짜사나이2’와 MBC ‘피의 게임’ 등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고, 넷플릭스 ‘솔로지옥2’을 계기로 국내외 팬들에게 큰 인기를 얻게 됐다.
이후 덱스는 다수의 방송 프로그램에서 러브콜을 받았고, 고정 멤버로 합류한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2’에서 신선한 매력을 발산하며 ‘대세’로 거듭났다.
2023년에만 MBC ‘라디오스타’, ‘복면가왕’, ‘전지적 참견 시점’, SBS ‘런닝맨’, JTBC ‘웃는 사장’, ‘짠당포’, tvN ‘놀라운 토요일’, ‘유퀴즈 온 더 블럭’, MBC에브리원 ‘먹술단’, ‘나는 지금 화가 나있어 등에 출연했다.
덱스와 함께 올해 MBC 연예 대상 신인상을 받은 풍자는 아프리카 BJ 출신이다.
먹방과 털털한 입담으로 독보적인 캐릭터를 구축했고, 지난해에만 MBC ‘혓바닥 종합격투기 세치혀’, ‘전지적 참견시점’, ‘복면가왕’, SBS ‘먹찌빠’, tvN ‘놀라운 토요일’, ENA ‘지구별 로맨스’ 등에 출연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구독자 수 177만 명 유튜버 곽튜브 역시 여러 방송국에서 탐내는 ‘뉴페이스’다.
스스로를 낮추는 자학 개그와 선을 넘을 듯 말 듯 한 센스 있는 입담으로 인기를 끌며 KBS ‘옥탑방의 문제아들’, EBS ‘곽준빈의 세계식당’, MBC ‘전지적 참견 시점’, ‘라디오스타’, tvN ‘부산촌놈 in 시드니’, ENA ‘지구마불 세계여행’, MBN ‘오피스빌런’ 등에 출연했다.
◇ 유튜브, 이제 지상파 예능과 어깨 나란히
TV 공개 코미디가 사라진 후 설 자리를 잃은 코미디언들이 유튜브에 무대를 차리기 시작했을 때까지만 해도 유튜브는 예능인들 사이에서 비주류 플랫폼이었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소비 형태 변화로 인해 예능 콘텐츠의 무게중심은 TV 채널에서 웹 플랫폼으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고참 예능인들까지 유튜브에 뛰어들면서 TV와 유튜브의 경계는 더욱 흐릿해지고 있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예능인들의 입장에서는 지상파 예능과 유튜브 콘텐츠를 굳이 구분해서 생각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짚었다.
그는 “틀면 나오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인지도를 높일 수 있고, 찾아와서 볼 수 있는 유튜브에서는 팬층을 다질 수 있다”며 “앞으로도 예능인들은 유튜브를 거점으로 삼아 두 플랫폼을 활발하게 오가며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