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총회까지 초안 합의 계획…회원국간 이견 여전
코로나19와 유사한 팬데믹 재발에 대비해 국제규범을 만들기 위한 각국 정부 협상단의 논의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고 세계보건기구(WHO)가 29일 전했다.
WHO는 이날 성명을 통해 “국제보건규약(IHR) 개정안 초안을 만들기 위한 정부 간 협상기구(INB) 제9차 회의가 지난 18일 시작돼 전날 종료됐다”고 밝혔다.
IHR 개정안은 글로벌 보건 위기를 초래할 감염병 대유행이 발생했을 때 국제사회가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각종 규범을 담게 된다.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초동 대응이 늦었고 백신 허가와 보급 등이 일관성 있게 추진되지 못했다는 반성 속에 작년부터 WHO 회원국들은 INB를 꾸리고 개정안 초안 작성 논의를 해왔다.
WHO는 “감염병 대유행에 대비할 적절한 자금조달과 의료 대책에 대한 공평한 접근성, 보건 인력 강화 방안 등 IHR 개정안 초안에 들어갈 모든 조항을 놓고 논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미래 세대를 보호하기 위해 IHR 개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각국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공통점을 찾고 합의를 마무리 짓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보여준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IHR 개정안 초안 작성을 위한 INB 회의는 내달 재개된다. 이어 5월에 열리는 WHO 총회까지 초안을 완성하자는 게 회원국들의 합의 사항이다.
WHO는 IHR 개정을 위한 협상이 막바지 국면이라고 평가하지만 여전히 회원국 간 이견은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별 소득 수준과 보건 역량에 따라 이해관계가 갈리는 사항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백신·치료제의 지식재산권 문제나 배분 원칙 등도 각국이 쉽게 타협하기 어려운 쟁점으로 꼽힌다.
특히 감염병 위험이 생겼을 때 각국의 발 빠른 협조를 끌어낼 수 있도록 WHO에 강력한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자는 내용을 두고는 논란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회원국 보건 정책을 좌우할 정도로 WHO의 권한이 비대해지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다.
이에 테워드로스 총장은 최근 국제의원연명 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거짓말이 난무하고 있다. IHR의 어떤 조항도 WHO가 회원국의 국내법이나 정책에 관해 지시나 명령할 권한을 갖지 않도록 한다는 게 회원국들의 합의사항”이라고 반박했다.
IHR 개정안 초안을 놓고 잡음이 그치지 않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고든 브라운,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등 글로벌 리더 100여명은 지난 21일 신속한 초안 협상 타결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