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교전이 이어지는 가자지구에서 국제기구들이 소아마비 확산을 막기 위한 2차 백신 접종을 개시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과 함께 14일 소아마비 2차 백신 접종 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10세 이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이번 사업은 지난달 1차 접종 때와 마찬가지로 가자지구를 중부와 남부, 북부 등으로 나눠 3∼4일씩 진행된다. 1차 접종을 받은 어린이 55만9천여명이 대상이다.
2차 접종은 소아마비 바이러스 전파를 확실하게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1차 접종자의 90% 이상을 대상으로 2차 접종까지 마쳐야 바이러스 확산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게 WHO의 판단이다.
WHO와 유니세프의 의료팀 800여명은 피란민 캠프와 임시 보호시설 등을 찾아다니며 백신을 접종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가자지구에서 지난 7월께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검출된 데 이어 8월에 실제 발병 사례까지 확인되자 서둘러 발병을 차단하기 위해 추진됐다.
전란 속에 대다수의 상하수도 및 위생시설이 파괴된 상황에서 대처가 늦으면 가자지구의 소아마비 확산은 불 보듯 뻔하다는 우려가 나왔던 때다.
문제는 안전이었다. 가자지구 전역이 공습 위험 지역이고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는 터라 최소한의 안전이 보장돼야 백신 접종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군과 하마스는 접종 예정 지역에서 하루에 9시간씩 교전을 중단하기로 약속했고 1차 백신 접종이 큰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었다.
WHO와 유니세프는 1차 접종 때와 동일한 안전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WHO 관계자는 “일시적 교전 중단은 2차 접종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며 “1차 접종 당시 교전 중단 지역 밖의 어린이들에게는 접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가자지구 북부에 내려진 대피령으로 보건시설 접근이 극도로 제약된 것처럼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면 접종은 성공할 수 없다”며 “모든 당사자가 의료팀과 의료시설, 어린이의 안전을 보장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