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 예술위원장 “김민기 대표가 한 일, 맡아서 해보겠다”
“어린이 여러분, 꿈을 심었으니 이제 뭐가 필요할까요?”
“물!”
“또?”
“사랑!”
서울 대학로 대표 소극장 학전 건물에서 다시 한번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노래가 울려 퍼졌다. 학전이 폐관 4개월 만인 17일 어린이·청소년 중심 공연장 ‘아르코꿈밭극장’으로 새롭게 문을 열면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는 이날 서울 종로구 아르코꿈밭극장에서 개관을 선언하고 기념행사를 열었다.
정병국 예술위원장은 제막식 전 기자간담회에서 “아르코꿈밭극장은 학전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계승하고자 한다”며 “이를 위해 운영 예산을 신청했고, 여의찮을 경우 후원금과 ‘꿈밭 펀딩’으로 5억원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수지를 맞추기 쉽지 않은 어린이극을 그동안 공공이 아닌 김민기 학전 대표가 해왔다. 이제는 저희가 이를 맡아서 할 것”이라며 “좀 더 실험적이고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작품들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김 대표로부터 아르코꿈밭극장이 학전의 레퍼토리를 그대로 이어받지 않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달받았다며 “본인이 시작한 것은 본인에게서 끝나시기를 바라는 것 같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어린이극 ‘고추장 떡볶이’, 뮤지컬 ‘지하철 1호선’ 등 학전 대표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 있느냐는 물음에 “김 대표에게 매년 정기 공연으로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지만, 김 대표는 지속 가능성에 대해 걱정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아르코꿈밭극장이 자리 잡고, 많은 관객이 원한다면 그때 공연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는 정 위원장을 비롯해 공연단체 관계자, 어린이 초청객 등 150여 명이 빗줄기를 뚫고 참석했다.
축하 공연으로는 문화예술협동조합 아이야가 어린이극 ‘고추장 떡볶이’와 올해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에서 소개되는 연극 ‘뜀뛰는 여관’에 나오는 노래를 선보였다.
부모님 손을 잡고 이곳을 찾은 아이들은 환한 얼굴로 손뼉을 치고 노래를 따라불렀다. 특별 공연으로 준비된 인형극 ‘와그르르르 수궁가’를 보려는 어린이 관객들도 줄을 이었다.
1991년 3월 문을 연 학전은 33년간 예술인들의 못자리 역할을 하며 대학로를 지켰으나 김 대표의 건강 문제와 경영 악화로 지난 3월 문을 닫았다.
예술위는 학전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계승하고 공공극장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 학전 건물을 임차해 어린이·청소년 중심 공연장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대국민 명칭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새 이름 아르코꿈밭극장은 배움(學)의 밭(田)이라는 뜻을 지닌 학전이 어린이들의 꿈이 움트고 자라는 공간으로 재탄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새로 단장한 아르코꿈밭극장은 169석 규모의 공연장 꿈밭극장(지하 2층)과 연습실·어린이 관객 교육 공간으로 쓰이는 텃밭스튜디오(3층), 책을 읽는 공간인 꽃밭라운지(2층) 등으로 구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