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마·마리떼·잔스포츠 등 옛 브랜드 인기몰이
“중년 세대에겐 향수, 젊은 세대엔 신선함 선사”
1990년대 전후 유행한 왕년의 스포츠·패션 브랜드가 ‘레트로'(복고풍) 패션 트렌드 인기에 힘입어 다시 소비자의 부름을 받고 있다.
귀에 익은 브랜드 이름에 실용적이면서 깔끔한 디자인, 믿을 수 있는 품질과 아주 비싸지 않은 가격 등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가 눈길을 주는 매력을 두루 갖췄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디다스와 함께 독일계 스포츠 브랜드로 한때 인기를 끈 푸마가 대표적이다.
4일 유통·패션업계에 따르면 푸마는 2000년대 이후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의 위세에 눌려 거의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가 지난해부터 낮고 슬림한 디자인의 스피드캣 스니커즈 상품이 MZ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부활에 성공했다.
‘설 빅 세일’ 행사를 진행 중인 G마켓이 지난달 22∼31일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푸마 브랜드 상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8% 급증했다.
2만원대 가성비 스니커즈는 주문이 한꺼번에 몰리며 최근 한 달간 무려 다섯차례나 긴급 재입고가 이뤄질 정도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고 G마켓은 전했다.
푸마는 지난해 G마켓에서만 34억원을 벌어들여 스포츠·패션 카테고리 매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센텀시티점, 스타필드 수원점 등의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오픈런'(물건을 구매하고자 영업시간 전부터 줄 서서 기다리는 것) 현상까지 일으키며 삽시간에 준비된 물량이 완판되기도 했다.
G마켓에서는 110년 역사의 이탈리아 스포츠 브랜드 카파와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 상품을 내세운 토종 브랜드 프로스펙스·프로월드컵 등도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많게는 100% 이상 증가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프랑스 데님 브랜드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마리떼)의 ‘화려한 귀환’도 눈에 띈다. 1990년대 이른바 ‘X세대’에서 ‘최애 브랜드’로 통하던 마리떼는 오랜 시간 잊혔다가 최근 MZ가 즐기는 스트리트 캐주얼 인기를 등에 업고 다시 이름값을 하고 있다.
마리떼는 2021년 2월 ‘MZ의 성지’로 불리는 더현대서울에 입점한 이래 주요 백화점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유통망을 확대하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MZ의 폭발적인 호응 덕에 매출 규모도 2021년 연간 100억원에서 지난해 1천억원까지 불어났다.
이 여세를 몰아 지난해 12월 서울 한남동에 3개층 규모의 대형 플래그십 매장을 개장한 데 이어 이달에 명동에도 단독 매장을 열어 MZ 고객과의 접점을 넓힐 예정이다.
1990년대 거리를 휩쓸었던 잔스포츠(JanSport) 백팩도 돌아왔다.
화려함보다 심플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MZ의 취향이 추억의 브랜드를 다시 불러들인 것이다.
무신사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잔스포츠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0% 이상 늘었다. 클래식 모델인 슈퍼브레이크 거래액이 70%가량 증가하며 전체 매출을 견인했다. 구매 고객의 절반은 10·20대였다.
지난달 스타필드 수원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연 것은 본격적인 한국 시장 재공략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신세계그룹 계열 온라인 패션 플랫폼 W컨셉 관계자는 “세기말(Y2K) 패션 트렌드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마리떼, 챔피온, 오니츠카타이거 등으로 대표되는 왕년 브랜드 매출이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며 “중년 세대에게는 향수를, MZ를 비롯한 젊은 세대에게는 신선함을 각각 선사하는 복고 브랜드 인기가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