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가 베르사체를 12억5천만유로(약 2조원)에 인수했다고 현지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가 10일 보도했다.
프라다는 이날 베르사체의 모회사인 미국 카프리 홀딩스에게 베르사체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고급스럽고 절제된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프라다와 달리 베르사체는 화려한 바로크 스타일로 유명하다. 이번 인수를 통해 프라다그룹은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새로운 고객층 유입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현지 언론들은 평가했다.
이탈리아 고가 패션업게 1위인 프라다는 이번 계약을 통해 몸집을 키워 루이뷔통·크리스챤 디올·펜디 등을 보유한 프랑스의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구찌를 소유한 프랑스의 케링 등과 본격적인 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프라다 창립자 미우치아 프라다의 남편인 파트리치오 베르텔리 프라다그룹 회장은 “베르사체를 프라다그룹에 맞이하게 돼 매우 기쁘다”며 “우리는 창의성, 제품에 대한 정성과 강력한 문화적 유산에 대한 헌신이라는 공통된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목표는 베르사체의 유산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안드레아 구에라 프라다그룹 최고경영자(CEO)는 “베르사체는 프라다그룹에 새롭고 상호 보완적인 가치를 더할 것”이라며 “성공까지 긴 여정이 될 수 있으나 베르사체는 막대한 잠재력을 지닌 브랜드”라고 강조했다.
프라다는 이번 인수 자금을 대부분 부채로 조달할 계획이며 두 기업 이사회 모두 인수안을 승인했다. 이번 계약은 규제 당국의 승인을 거쳐 올해 하반기 완료될 예정이다.
프라다는 세계적인 명품시장 부진에도 미우미우 등 젊은층을 겨냥한 브랜드를 앞세워 성장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프라다그룹은 전년 대비 17% 증가한 54억유로(약 8조4천429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프라다그룹은 1990년대 후반 헬무트랑, 질샌더 등 여러 브랜드를 인수하며 멀티브랜드 전략을 취했으나 이후에는 프라다와 미우미우, 카슈(Car Shoe) 등 수익성 높은 브랜드에 사업역량을 집중해왔다.
반면 2018년 베르사체를 약 21억5천만달러(약 3조1천306억원)에 인수했던 카프리 홀딩스는 손실을 보고 베르사체를 팔게 됐다. 카프리 홀딩스는 베르사체와 지미추를 매각한 뒤 마이클 코어스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카프리 홀딩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의 56억 달러(약 8조2천억원)에 비해 소폭 감소한 52억 달러(약 7조6천억원)로 베르사체의 매출은 이 중 약 20%를 차지했다.
베르사체는 1978년 잔니 베르사체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설립한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다.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 메두사를 브랜드 상징으로 하는 화려하고 대담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잔니가 1997년 살해당한 뒤 여동생 도나텔라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아 브랜드를 총괄해왔으나 지난 1일부터 최고 브랜드 홍보대사를 맡으며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