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뇌사 장기기증인 기념공간에 방문한 김보근 씨[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4년전 뇌사 아들 장기 기증한 김보근씨…”누군가 잘살고 있겠구나 생각하면 기뻐”
“나중에 천국에서 만나면 우리 아들이 너무 잘했다고 할 것 같아요. ‘우리 엄마 최고’라고 할 것 같은데요?”
김보근(79) 씨는 ‘장기 기증의 날'(9일)을 사흘 앞둔 지난 6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옅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2020년 12월 하나뿐인 아들 임기범 씨의 장기 기증을 결정했다. 임씨는 집에서 뇌졸중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뇌사 판정을 받았고, 42세의 나이에 7명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한 뒤 눈을 감았다.
당시 의사로부터 아들의 장기를 기증할 마음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어렵게 동의했다는 김씨는 “머리가 새하얘지고 경황도 없었지만 그래도 젊은 놈이 가는데, 우리 아들이 간다는데 다른 사람한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가면 좋겠다 싶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5∼6년간 아들과 단둘이 지낸 김씨에게 아들을 잃는 건 세상 전부를 잃는 것이었다. 살갑지는 않아도 속으로는 어머니를 끔찍이 생각하는 아들이었다.
그런 아들이 다시 일어날 수 없다는 비보에 마음이 무너져 내렸지만 김씨는 ‘한 사람이라도 살릴 수 있으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들을 먼저 보낸 상실감과 아픔이 사라질 수는 없다. “4년이 지나 이제 가슴에 묻었어도 가만히 있으면 생각이 난다”는 김씨의 입에선 때때로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탄식이 새어 나왔다.
김씨는 “처음에는 아들이 방에서 나올 것 같고, 대문으로 들어올 것 같기도 해서 미칠 것만 같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김씨는 손을 내미는 주변인들의 관심으로 조금씩 마음을 치유하고 있다.
특히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의 뇌사 장기기증자 유가족 모임인 ‘도너패밀리’와 심리지원 프로그램이 큰 도움이 됐다.
장기기증본부는 2013년 도너패밀리 모임을 만든 뒤 지속적으로 유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격려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김씨는 “처음에는 주저했지만 지금은 너무 좋다. 모두 자식이나 가족을 보낸, 나와 같은 입장의 사람들이다 보니 얼마든지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이야기를 할 수 있어 마음이 포근해진다”며 “지난해에는 심리 상담도 받으면서 확실히 더 나아졌다”고 말했다.
아들의 일부가 여전히 어딘가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생각도 김씨에게는 큰 힘이 된다.
그는 “가끔 우리 아들이 어딘가로 가서 누군가가 그 장기를 받고 잘살고 있겠구나 생각하면 기쁘다”며 “누가 이식을 받았든 그 사람이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나. 정말 좋고 정말 잘했다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아들의 장기를 이식받아 사시는 분들이 모두 건강하면 좋겠다”며 “몸 혹사하지 말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달라고, 그게 최고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