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바이든의 남편’으로 소개하며 “재선시 ‘로 대 웨이드’ 판결 다시 법제화”
질 바이든 찬조연설…낙태권 폐지 거론 “트럼프 집권시 일어난 일 생각해보라”
‘팔레스타인에 자유를’ 구호에 연설 잠시 중단되기도…밖에서는 장외집회
올해 11월5일 미국 대선의 승부를 가를 경합지 조지아주 애틀랜타를 9일 찾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주된 목표는 여성·젊은층·비백인 표심잡기이었다.
같은 시각 이 곳에서 차로 2시간 정도 떨어진, 친트럼프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강경파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의 지역구인 공화당 텃밭 조지아주 롬에서 유세대결을 펼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차별화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실제 이날 오후 애틀랜타의 공연장 ‘풀만 야드’에 모인 청중 1천여명 가운데는 한인 등 아시아계와 라티노, 터번을 두른 무슬림 등 다양한 인종의 유권자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백인 비중이 높은 조지아 정치권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4년 더”라는 환호 속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청중의 예상을 깨고 먼저 마이크를 잡은 질 바이든 여사는 “트럼프 집권 기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생각해보라. 낙태권이 폐지되는 등 여성 인권이 위기에 빠졌다”며 여성 표심을 자극했다.
이어 연단에 오른 바이든 대통령은 “제가 바로 질 바이든의 남편입니다”라고 소개해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백악관으로 돌아오면 그동안 이룩한 민주주의 가치가 모두 뒤집어질 것”이라며 “내가 재선되면 ‘로 대(對) 웨이드’ (낙태권 인정) 판결을 다시 법제화하겠다”며 다시 여심에 호소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최초의 흑인 여성 대법관인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 임명을 거론하며 여성·유색인종의 공직 진출 및 일자리 창출 업적을 거듭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4년 전 지난 대선에서 조지아주에서 불과 1만2천여표 차이로 공화당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제쳤다. 정치참여에 소극적인 젊은 비백인·여성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끌어들인 것이 승리비결이라고 정치권은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대선에서도 이들 유권자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날 유세 도중 한 젊은이가 “팔레스타인의 자유”를 외치면서 연설이 몇 초간 중단되는 돌발 상황도 발생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4년 더”를 외치는 다수 청중의 목소리에 묻혔다.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그의 열정이 불쾌하지 않다. 부당하게 피해를 보는 팔레스타인인들이 많다”며 연설을 이어갔다.
유세장 밖에는 1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집단학살자 조” “바이든은 이스라엘 원조를 중단하라”는 구호를 내건 장외시위도 벌어졌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계기로 드러난 민주당 지지층 일부의 분열은 조지아주에서도 현재진행형이었다.
주 하원 민주당 원내총무를 맡고 있는 샘박 의원, 주 하원의원 후보로 나선 미셸 강 씨 등 한인들도 유세 현장에 나타났다.
당내 경선 없이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강 후보는 “재임 기간 여성 인권을 보호하고 한인 등 이민자들의 권익을 대변한 바이든 대통령에게 4년 더 기회를 주자”고 지지 이유를 밝혔다.
이날 행사는 이메일 초청장을 받고 사전등록한 인사에만 출입이 허용됐다. 오후 5시가 좀 넘어 바이든 부부가 등장하기에 앞서 입장은 오후 3시부터 시작됐는데, 경비가 삼엄한 가운데 참석자별 명단 대조 및 금속탐지기 보안 검사와 몸 수색 등이 일일이 이뤄졌다.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 앞세운 조 바이든 대통령(애틀랜타=연합뉴스) 이종원 통신원 = 9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청중들에게 연설하는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이 뒤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다. 2024.3.9. higher250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