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착설 등 나왔지만 결론은 ‘성향 무관’ 전원일치…이전 탄핵사건보다 평의 더 걸려
헌재, 2017년 박근혜 대통령도 전원일치 파면…분열 최소화·통합 추구 의도 해석도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4일 파면을 선고한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헌법 수호 최후의 보루’로 불리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8인 전원일치 의견으로 이뤄졌다.
지난 2월 25일 변론 종결 이후 한 달 넘도록 장고가 이어지면서 일각에선 헌재가 재판관들의 의견이 극명하게 갈려 교착상태에 빠졌다는 관측까지 제기됐지만, 결국 재판관 8인은 최종적으로는 한목소리로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주문을 적었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당사자들이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에 불복할 여지를 사전 차단하고, 사회 통합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의도로도 읽힌다.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 2월 25일 탄핵심판 변론을 종결하고 평의에 돌입해 38일 만인 이날 마지막 평의를 거쳐 전원일치 의견으로 파면을 결정했다.
과거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례를 비춰볼 때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는 평의 돌입 후 약 2주 이내에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재판관들의 숙의가 길어지면서 변론종결부터 선고까지 3배 정도 시간이 소요됐다.
예상보다 평의가 장기화하는 것을 두고 법조계에선 갖은 관측이 나왔다. 의견이 갈린다는 추측이 많았고 사안의 중대성으로 고려할 때 쟁점별로 짚어야 할 과제가 많아 세부 검토에 시일이 걸린다는 해석도 있었다.
헌재가 5(인용) 대 3(기각·각하)으로 의견이 갈려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교착상태에 빠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내부적으로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임명에 관해서도 재판관 사이에 여러 견해가 오갔다는 설도 나왔다.
이와 별개로 법조계에 따르면 선고기일을 잡기 전인 논의 후반부까지도 일부 재판관이 계속 헌법연구관들에게 특정 쟁점에 관한 연구 검토 보고서를 올릴 것을 주문하는 등 쟁점 법리 검토가 막판까지 계속 치밀하게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24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에서는 재판관들이 5명 기각, 2명 각하, 1인 인용 등 제각각 의견을 내며 통일된 목소리를 내지 않은 바 있어 헌재 내부에서 견해차가 생각보다 큰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다.
다만 계엄을 발령한 대통령 사안과 그에 부수한 총리 사안은 본질적으로 사안이 달라 직접적인 비교 대상은 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법조계에서는 적지 않았다.
결국 갖은 관측 속에 이날 나온 결론은 만장일치 파면이었다.
12·3 비상계엄이 헌법과 계엄법이 정한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요건을 위반했고, 국회 군경 투입과 위헌적 포고령 발표, 선관위 압수수색 시도 등에서 실체적인 위헌·위법성이 있었다는데 모두가 동의한 것이다.
특히 윤 대통령의 이 같은 위헌·위법 행위가 대통령직을 파면할 만큼 중대하다는 데에도 전원이 뜻을 모았다.
재판관별로 보면 보수 성향으로 평가되는 주심 정형식 재판관과 조한창 재판관도 전체 의견과 궤를 같이했다. 정 재판관은 결정문을 작성하는 주심 재판관인 만큼 최종적으로는 다수와 견해를 같이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조 재판관의 경우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가 관심을 모았지만 이변은 없었다.
헌재는 이번 탄핵심판이 절차적 적법성을 비롯해 실체적 쟁점을 두고 윤 대통령 측과 국회 측이 치열하게 다퉈온 만큼, 불복 빌미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평의 과정에서 법리 검토와 결정문 문구 수정에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재판관들은 법정의견 결론에 모두가 동의하면서 “탄핵소추안의 발의 횟수를 제한하는 입법이 필요하다”(정형식), “탄핵심판절차에서 형사소송법상 전문법칙을 완화해 적용할 수 있다”(이미선·김형두), “탄핵심판절차에서 전문법칙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김복형·조한창) 등 3개의 보충의견만을 제시했다.
다수 의견과 견해를 달리 하는 반대의견은 아예 없었다.
보충의견은 결론엔 동의하면서 그 이유를 보충할 필요가 있을 때 내는 의견으로, 결론에는 동의하지만 논리나 근거가 다를 때 남기는 ‘별개의견’과는 다르다.
헌재가 전원일치로 의견을 모은 것은 계엄사태 이후 진영 간 갈등이 극단화되는 상황 속에서 사회 통합의 계기를 마련하고, 선고 뒤 불복 등 사회적 분열을 최소화하기 위한 의도도 담긴 것으로 평가된다.
앞서 헌재는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도 전원일치로 파면을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