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쿠바, ‘김일성-카스트로’ 우애 바탕 수교 64주년…최근까지도 돈독한 관계
한국이 반세기 넘는 세월 북한의 ‘형제국’으로 여겨졌던 쿠바와 전격적으로 수교를 맺으면서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북한과 쿠바는 1960년 8월29일 수교해 올해로 64주년을 맞았다. 수교는 1959년 피델 카스트로가 혁명에 성공한 지 1년 만이었다.
이후 양국은 냉전 시기 수십 년에 걸쳐 ‘반미'(反美)와 ‘사회주의’를 매개로 긴밀히 교류해왔다.
‘혁명 1세대’인 김일성 주석과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의 유대를 기반으로 양국은 서로의 ‘반미·반제국주의 노선’에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해왔다.
이 과정에서 체 게바라(1960년), 라울 카스트로(1966년), 피델 카스트로(1986년) 등 쿠바의 주요 인사들이 환대 속에 북한을 찾기도 했다.
49년간 쿠바를 통치한 피델 카스트로가 정치 전면에서 퇴장하고 2014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쿠바를 방문하는 등 쿠바의 외교 노선이 조금씩 바뀌는 상황에서도 북한과 쿠바는 긴밀한 우방국 관계를 지속했다.
쿠바는 불법적인 핵 개발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가던 북한을 향해 줄곧 호의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의리’를 지켰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도 국가평의회 의장이던 2018년 평양을 찾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난 인연이 있다.
북한도 이런 쿠바를 향해 애정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김정은 위원장은 디아스카넬 대통령이 2021년 4월 라울 카스트로의 뒤를 이어 쿠바공산당 총서기로 선출되자 사흘 연속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이듬해 쿠바의 호텔 가스유출 폭발 사고와 원유탱크 폭발 사고 때도 위로 전문을 보냈다.
북한과 쿠바의 외교 활동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1월 1일 디아스카넬 대통령에게 쿠바 혁명 65주년을 축하하는 장문의 축전을 보냈다.
김 위원장은 축전에서 “사회주의 위업의 승리를 위한 공동투쟁 속에서 맺어진 두 당 두 나라 사이의 전통적이며 동지적인 친선협조 관계가 앞으로 더욱 공고 발전되리라는 확신”을 표명했다.
아프리카 우간다 캄팔라에서 지난달 21∼22일 열린 제3차 개발도상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북한 대표단이 쿠바 측과 만났고, 지난 1일에는 북한에 신임 쿠바 대사가 부임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전했다.
북한의 주요 매체들은 거의 매일 같이 쿠바의 외교 정책에 지지를 표명하거나 주요 인사들의 발언을 소개하는 데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정부는 북한과 쿠바가 이처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점을 의식해 쿠바와의 수교 논의를 극비리에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쿠바에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북한은 한-쿠바 수교 논의를 막판까지 몰랐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전날 밤 수교 발표 뒤 “북한이 수십 년 동안 수교를 방해해왔으니 이번에 전격적으로 빨리 발표한 것”이라며 “쿠바가 우리나라와의 경제 협력이나 문화 교류에 목말라 있었던 만큼 북한에 알리지 않고 우리나라와 수교하고 싶어한 듯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내부적으론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 북한이 쿠바를 향해 불만을 표출할 가능성도 있지만, 몇 안 남은 우방국을 잃을 정도로 격하게 반응할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이 많다.
쿠바 또한 한국과 수교를 맺었다고 해서 북한과 관계가 갑자기 소원해지리라고 여겨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북한이 한국을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을 쿠바가 한국과 전격적으로 수교했다는 점에서 북한-쿠바 관계가 과거 같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쿠바 수교는 국제사회에서 갈수록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북한의 외교적 고립을 거듭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