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한인 독립운동가 임천택 지사의 딸. [재외동포협력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재외동포협력센터, 중남미 동포 이주사 담은 구술 영상 공개
“에네켄(용설란) 농장에서 값싼 임금을 받으며 고된 노동을 하는 처지라 먹는 것도 부족하고 굶주리기 일쑤였지만 끼니마다 쌀 한술(한 숟가락)을 모아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자금에 보탰죠.”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된 쿠바 동포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임천택 지사(1903∼1985)의 셋째딸인 마르따 임 김(87) 씨는 1905년 부친의 멕시코 이주와 쿠바로의 재이주 과정 및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한인회 활동을 구술하며 “선조들은 머나먼 이국땅에서도 고국의 독립을 위해 온 힘을 쏟았다”고 술회했다.
재외동포청 산하 공공기관인 재외동포협력센터(센터장 김영근)는 지난해 한-쿠바 수교와 2025년 멕시코 한인 이민 120주년을 기념해 추진한 중남미 한인 이주 역사를 담은 재외동포 25명의 구술 채록 영상을 공개한다고 11일 밝혔다.
영상에 출연한 마르따 임 김씨는 국립 아바나 대학 출신으로서 마탄사스 종합대학에서 철학과 교수를 지냈다. 그는 역사학자인 쿠바인 남편과 함께 ‘쿠바의 한인들’이라는 책을 집필했으며 지금도 쿠바 한인 후손들의 화합에 앞장서고 있다.
멕시코 메리다의 초대 한인이민박물관장이었던 헤니 장 송(75) 씨는 영상에서 할아버지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를 전하며 “당시 일제강점기라 에네켄 농장 근로 계약이 끝났어도 돌아갈 조국이 없는 신세였다”며 “고향의 산하와 날씨·내음 등 한국의 모든 것을 그리워했다”고 고통스러웠던 초창기 이민 생활을 전하기도 했다.
파라과이 최고의 양계사업가인 재외동포 구완서 회장의 이야기가 담긴 영상은 지난 2일 공개된 지 일주일 만에 3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올리기도 했다.
김영근 센터장은 “재외동포의 구술 기록은 내국민이 재외동포의 삶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동포 차세대에게는 자긍심을 심어주는 뜻깊은 일”이라며 “이민사를 역사로 남기기 위해 이민 초창기를 기억하는 이들이 유명을 달리하기 전에 구술 채록을 지속해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외동포의 생생한 이주 이야기를 담은 영상은 협력센터 유튜브(youtube.com/@OKc-cente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