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큰 여인

애틀랜타 중앙교회 한병철 목사

애틀랜타 심포니오케스트라에 제인 리틀(Jane Litte)이라는 87세의 베이스 연주자가 있었습니다. 그녀의 라스트네임이 작다는 뜻의 리틀(Little)인데실제로 그녀는 체구도 매우 작았습니다.

그녀가 연주했던 악기는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큰 악기인 더블 베이스였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남편은 키가 186센티미터나 되는데 아주 작은 악기인 플루트 연주였답니다.

그녀는 16살이던 1945에 처음 이 교향악단에 입단을 해서 무려 71년간 단원으로 일했습니다. 87세가 되도록 한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활동을 하는 분도 대단하고, 그런 고령(高齡)의 연주자를 단원으로 계속 활동하도록 한 교향악단도 대단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이 제인 리틀이라는 베이스 연주자가 지난 515일 연주회 중에 무대에서 쓰러져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자기가 71년 동안 연주했던 무대에서 자기가 사랑하는 악기를 연주하다 세상을 떠났으니 이 여인의 인생은 참 아름다운 인생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월이 흐르면 인간은 나이를 먹습니다. 그러나 나이를 먹는다고 늙는 것은 아닙니다. 지미 카터 대통령은 후회가 꿈을 대신할 때 인간은 늙는다고 그의 책 <나이 드는 것의 미덕 The Virtues of Aging>이라는 책에서 말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미 카터 대통령은 90세가 넘은 지금도, 게다가 암을 극복하고, 열심히 일을 하고 있습니다.

흐르는 세월을 막을 수 없고, 신체의 노화는 어쩔 수 없다지만 우리에게 꿈이 있고 열정이 있는 한 우리는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20세기의 최고의 첼로 연주자였던 파블로 카잘스는 94세에도 매일 다섯 시간씩 연습을 했답니다. 기자가 당신 같은 대가가 94세에 왜 그렇게 연습을 하느냐고 묻자 그가 대답했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도 매일 실력이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고령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어떤 열정과 꿈이 있습니까? 혹시 후회와 안타까움으로 지나간 시간을 아쉬워하며 소일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죽을 때까지 내가 붙잡고 있을 나의 악기는 무엇일까? 내가 죽는 순간까지 서 있을 나의 무대는 어디일까? 깊이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