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호주 연구팀 “졸음운전 등 피로로 인한 사고 예방에 활용 기대”
전 세계 교통사고의 약 20%는 수면 부족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음주 측정처럼 혈액 검사로 수면 부족을 측정, 수면 시간이 지나치게 부족할 경우 안전이 중요한 작업의 수행을 금지하는데 활용할 수 있는 수면 부족 측정 혈액 지표가 발견됐다.
영국 버밍엄대와 호주 모내시대 연구팀은 11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서 24시간 동안 잠을 자지 않아 안전이 중요한 상황에서 심각한 부상이나 사망 위험을 높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99% 이상 정확도로 감지할 수 있는 혈액 검사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수면 부족은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뿐 아니라 높은 수준의 안전관리가 필요한 다양한 작업 환경에서 사고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는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체르노빌 원자로 폭발 사고와 챌린저 우주왕복선 사고 등 대형 참사도 부분적으로는 피로와 관련된 인적 오류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수면 부족으로 인한 위험 관리에 이용할 수 있는 수면 부족 측정법 개발을 위해 젊고 건강한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최장 40시간 동안 잠을 자지 않게 하는 실험을 하면서 2시간 간격으로 혈장 샘플을 채취, 깨어있는 시간에 따라 변하는 생체지표들을 조사했다.
이어 이 실험 데이터에 지식 기반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법을 적용, 수면 시간과 일관된 연관성을 나타내는 바닐린 4-설페이트(Vanillin 4-sulfate), 인돌 3-프로피오네이트(Indole 3-propionate) 등 5가지 대사 물질 변수를 선별하고 이를 이용해 수면 부족 예측 모델을 구축했다.
그 결과 이 예측 모델은 참가자들의 혈액 샘플을 비교해 24시간 이상 깨어 있었던 사람과 충분한 휴식을 취한 사람을 99.2%의 정확도로 구분해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비교 대상인 충분한 휴식을 취한 사람들의 혈액 샘플 없이 수면이 부족한 사람들의 혈액 샘플만 사용한 경우에는 정확도가 89. 1%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논문 제1 저자인 모내시대 케이티 제페 박사는 이 수면 부족 생체지표는 24시간 이상 깨어있는 상태를 기준으로 했지만, 수면시간이 6시간 미만인 경우도 감지할 수 있다며 다음 단계는 졸음운전 사고처럼 덜 통제된 환경에서 생체지표의 유효성을 테스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방법은 혈액 검사라는 점에서 도로변 상황에서 사용이 제한적이지만, 향후 연구에서는 수면 부족이 침이나 호흡에서 대사산물, 즉 생체지표로 나타나는지 조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논문 교신저자인 버밍엄대 클레어 앤더슨 교수는 “음주 측정은 교통사고로 인한 심각한 부상과 사망을 줄이는 데 획기적인 역할을 했고, 수면 부족으로 인한 피로에 대해서도 같은 목표를 달성하는 게 가능할 것”이라며 “다만 이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출처 : Science Advances, Clare Anderson et al., ‘Accurate detection of acute sleep deprivation using a novel metabolomic biomarker – a machine learning approach’, http://dx.doi.org/10.1126/sciadv.adj68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