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세계한인의 날’ 맞아
미국 한인 사회 개척자이자 한인 간호사 대모로 불려
제19회 ‘세계한인의 날’을 맞아 수여하는 최고의 상인 국민훈장 무궁화장이 미국 소망소사이어티 유분자 이사장에게 2일 수여됐다. 무궁화장은 일반인이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최고 등급 훈장이다.
세계한인의 날 기념식은 이날 오전 서울 그랜드 워커힐호텔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국내 주요 인사와 세계 67개국 한인회장 37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무궁화장은 원래 기념식장에서 친수될 예정이었으나 유 이사장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해 추후 LA총영사관을 통해 전달할 예정이다.
간호사 출신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봉사 활동을 펼쳐온 유분자 소망 소사이어티 이사장은 미국 한인 사회의 개척자이자, 미국 한인 간호사의 대모로 불린다. 미국 남가주 간호사협회를 창설하고 초대 회장을 지냈으며 ‘아름다운 마무리’를 주제로 죽음 준비 교육과 소망 유언서 쓰기 운동 등을 펼쳤다. 또 아프리카 차드에 100호 우물을 설치하는 등 저개발 국가에 대한 사회봉사 활동에도 앞장섰다.
지난 5월 10일 엘리스 아일랜드 아너스 소사이어티(EIHS)가 미국 사회 발전에 공로가 큰 이들에게 주는 ‘엘리스 아일랜드’ 상을 받았다.
EIHS는 유 이사장이 지난 2007년 설립한 소망 소사이어티를 이끌며 치매와 가족 간병 관련 연구, 시신 기증 캠페인을 통해 의학교육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시상 사유를 밝혔다.
유 이사장은 지난 2011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무런 준비 없이 ‘당하는 죽음’ 대신, 자신의 일상과 주변을 차분히 정리하면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자신뿐 아니라 가족과 사회를 위한 길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간호사로 일하면서, 식물인간 상태로 5~6년을 살며 가족에게 고통을 주는 환자들을 많이 봤다”며 “사회적 의료서비스 낭비를 막고자 10년 전부터 ‘웰 다잉(well-dying)’을 위한 일을 해왔다”고 말했다.
소망소사이어티는 ‘아름다운 삶, 아름다운 마무리’를 모토로 ‘당하는 죽음’이 아니라 ‘맞이하는 죽음’으로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생존 유언장을 작성하자는 캠페인도 벌였다.
유 이사장은 “재미동포 1세들은 모든 것을 자식들을 위해 바쳤고, 요즘 세대처럼 은퇴 이후를 준비하지 않아 자살 등 비극적 죽음을 맞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힘든 노년을 사는 사람일수록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생존 유언장에는 장기나 시신 기증을 원하는지, 위급한 상황에서 어느 정도 병원의 처치를 원하는지, 장례식을 어떻게 치를지, 화장할지 매장할지, 자신에게 남겨진 재산과 조의금을 어떻게 사용하길 바라는지 등을 기록한다. 두 사람의 증인이 서명해야 유효하다.
소망소사이어티는 또 6주 코스의 ‘사별 가족 캠프’도 운영했다. 가족을 떠나보낸 이들이 외로움과 분노, 원한을 삭이고 스스로 ‘웰 다잉’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유 이사장 본인도 15년 전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사별 가족이다. 남편 장례식 때 들어온 조의금 약 3만 달러를 소망소사이어티에 기부했다.
유 이사장은 1968년 미국에 건너가 텍사스의 파크랜드 메모리얼 병원에서 약 30년간 간호사로 일했다. 미국 가기 전 그는 대한적십자사에서 간호사 국장을 지냈다.
그는 미국에서 한인 간호사들이 면허를 취득하고 ‘등록 간호사'(RN)로 일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했다. 1972년 RN 클래스 2대 회장을 맡은 그는 클래스의 활성화를 통해 RN 자격을 갖춘 한인 간호사들을 대거 배출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유 이사장은 또 한인 간호사들이 영어 소통능력 부족으로 사소한 실수에도 소송 등에 시달리며 고통을 겪는 것을 보고, 1971년 남가주 간호사협회를 만든 데 이어 1975년에는 재미간호사협회를 창립해 1, 2대 회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