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급 선거 출마자 300명 넘어…경합지역 영향력 주목
투표 접근성·부족 주권은 여전히 주요 과제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원주민 유권자들의 정치 참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부 경합지역에서 원주민 표가 승패를 가를 변수로 꼽히는 가운데, 젊은층의 참여와 원주민 후보 출마도 늘고 있다.
아메리칸커뮤니티미디어(ACoM)가 지난 9일 개최한 ‘미국의 변화하는 유권자 지형’ 브리핑에서 전문가들은 원주민 사회의 다양한 정치적 요구와 투표 장벽, 청년층의 활동을 짚었다.
퍼스트네이션스개발연구소의 마이클 로버츠 회장은 “원주민 유권자를 하나의 정치 집단이나 민주·공화 양당 구도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역과 부족에 따라 관심사가 다르지만, 미시간과 알래스카 등 일부 경합지역에서는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권자층을 형성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원주민 유권자들의 주요 관심사는 부족 주권과 토지, 언어·문화 보존부터 생활비와 주택, 일자리까지 폭넓다. 로버츠 회장이 소개한 2024년 조사에서는 부족 주권과 문화·언어·토지 문제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응답이 보호구역 거주자의 82%, 도시 거주 원주민의 72%에 달했다.
원주민은 미국 시민인 동시에 각 부족 국가의 시민이라는 정치적 지위를 갖고 있어, 교육과 주거·토지 등을 둘러싼 조약상 권리도 선거의 주요 현안이 된다.
투표소까지 편도 100마일…한 표 행사에도 장벽
정치 참여 의지가 실제 투표로 이어지기까지는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
멜리사 로저스 클레어몬트 대학원 정치·정책학 교수는 보호구역과 농촌 지역의 원주민들이 투표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네바다주 덕밸리 보호구역에서는 투표소까지 편도 100마일을 이동해야 했던 사례도 있다.
일부 지역은 도로명 주소가 없거나 우편물이 가정까지 배달되지 않아 우편투표가 어렵다. 신분증이나 주거지 주소를 요구하는 규정도 장벽으로 작용한다.
로저스 교수는 보호구역 안에 투표소와 유권자 등록 장소를 확대하면 참여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주디스 르블랑 네이티브 오거나이저스 얼라이언스 사무총장은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나바호 보호구역의 일부 선거 투표율이 60%에 이른다고 전했다.
젊은층, 유권자 등록부터 정책 확인까지
이번 선거를 앞두고 두드러지는 변화는 젊은 원주민들의 활동이다.
르블랑 사무총장은 25개 원주민 커뮤니티에서 진행하는 현장 활동을 통해 청년 유권자들 사이에서 2024년 선거 때와는 다른 “새로운 수준의 긴박감”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로 전쟁과 사회 갈등, 정부 정책의 영향을 접하면서 직접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메인주에서는 청년들이 지역사회를 돌며 유권자 등록을 돕고, 후보들을 만나 부족 주권과 교육·토지 문제에 대한 입장을 확인하고 있다. 부모와 조부모 세대에게 주의회 정책을 설명하고, 투표 연령에 이르지 않은 청소년에게도 부족의 권리와 선거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세이지 필립스 와바나키 정책 청년 이니셔티브 공동 코디네이터는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부족 주권 문제가 참여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1980년 제정된 ‘메인 인디언 토지청구권 합의법’을 지목하며, 이 법으로 메인의 4개 연방 인정 부족이 연방법상 혜택과 권리를 동등하게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필립스는 “특별대우가 아니라 평등과 공정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주민 후보 300명 넘어…정치권 관심은 여전히 부족
직접 선거에 나서는 원주민도 늘고 있다. 르블랑 사무총장에 따르면 올해 연방의회와 주지사, 주의회, 지방정부 등 각급 선거에 출마한 원주민 후보는 300명을 넘어 역대 최다 수준이다.
메인주에서는 처음으로 4개 연방 인정 부족 모두가 동시에 주의회에 부족 대표를 두는 회기를 앞두고 있다. 일반 의원과 같은 수준의 표결권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부족 구성원이 정책 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한다는 의미가 있다.
반면 정당과 후보들의 관심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버츠 회장은 2024년 조사에서 원주민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선거를 앞두고 어느 정당이나 후보 측으로부터도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전국 여론조사에서도 표심이 충분히 포착되지 않아 원주민 단체가 별도 조사 비용을 부담했다고 덧붙였다.
브리핑 참석자들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원주민 투표율과 청년층의 참여가 향후 정치적 영향력을 가늠할 주요 지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