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 위해 난도 높이지 않고 기존 구성으로 우승
“굉장한 결과를 바라고 욕심낸다면…그건 노력의 길을 걷지 않는 것”
한국 피겨 남자 선수로는 최초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거머쥔 차준환(고려대)은 의외로 담담하게 우승 소감을 밝혔다.
차준환은 13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피겨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99.02점, 예술점수(PCS) 88.58점을 합해 총점 187.60점을 받았고 쇼트프로그램 94.09점을 합한 최종 총점 281.69점으로 금메달을 땄다.
15명의 출전 선수 중 14번째로 연기를 마치고 공동취재구역으로 나온 차준환은 자신의 뒤를 이어 연기를 시작한 우승 후보 가기야마 유마(일본)의 모습을 TV로 지켜봤다.
가기야마는 여러 차례 실수를 연발했고, 최종 총점 272.76점을 받았다.
TV를 통해 금메달 확정 상황을 확인한 차준환은 취재진의 축하 인사에 빙그레 웃었다.
그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내 경기 내용에 만족했고, 하나도 후회가 없기에 어떤 결과가 나와도 상관이 없었다”라며 “목표였던 개인 최고점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 내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낸 것 같아서 좋다”고 말했다.
이날 프리스케이팅 무대는 차준환의 선수 인생에 매우 중요했다.
금메달을 딴다면 병역 혜택을 받아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데 부담을 떨쳐낼 수 있었다.
그러나 차준환은 욕심내지 않았다. 쇼트프로그램에서 가기야마에 이어 2위를 차지한 차준환은 점수를 높이기 위해 고난도 점프를 추가하지 않았고, 평소와 다름없는 프로그램 구성으로 경기에 임했다.
차준환은 “뭔가 굉장한 결과를 바라고 욕심낸다면, 그건 노력의 길을 걷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라며 “오늘 연기 중 위험한 순간이 있었지만, 잘 이겨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부상을 회복한 뒤에는 프로그램 구성 난도를 좀 더 높이면서 안정적인 경기를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오른쪽 발목 부상으로 고생한 차준환은 이날 연기에서 위험한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전반부에 뛰기로 한 트리플 러츠-트리플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루프 점프를 붙이지 못했다.
그는 후반부 마지막 점프인 트리플 플립을 콤비네이션 점프로 붙여 뛰는 기지를 발휘했다.
착지가 살짝 흔들리며 언더로테이티드(under rotated·점프의 회전수가 90도 이상 180도 이하로 모자라는 경우) 판정이 나왔지만, 큰 실수는 아니었다.
차준환은 “연결을 못 해서 마지막 점프를 콤비네이션 점프로 수행했다”며 “크게 실수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