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의식을 갖는 일이 중요합니다

애틀랜타 중앙교회 한병철 목사

지난 주일에 우리 교회를 방문해서 인사말을 했던 일본계 연방 하원의원 마크 타카노(Mark Takano) 의원은 매우 흥미로운 역사 몇 가지를 나눴습니다그는 먼저 자신의 지역구인 캘리포니아의 리버사이드에 세워진 도산(島山안창호(安昌鎬선생 동상을 언급했습니다.

1902년 11월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여 이듬해 1월경 LA 근교인 리버사이드에 정착한 안창호 선생은 당시 리버사이드의 오렌지 농장에서 일하던 300여 명의 한인 노동자들을 모아 최초의 한인타운이라고 할 수 있는 파차파 캠프를 세워 한인들을 지도하며 공립협회와 흥사단을 설립독립운동에 앞장섰습니다

안창호 선생은 오렌지 하나를 따더라도 정성껏 따는 것이 나라를 위하는 일이라며 솔선수범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일본계 의원이 독립운동 지도자 도산 안창호를 언급한 것은 뜻밖이었습니다더구나 타카노 의원은 사실 우리 교회에서 인사말을 하기로 예정되지 않았기에 한인들을 의식해서 미리 준비한 발언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제게는 그의 발언이 새삼 놀랍게 느껴졌습니다.

그는 또 1916년에 미국에 이민 와서 열심히 일했으면서도 시민권을 받을 수 없었던 자신의 할아버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그리고 2차 대전이 발발하고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한 후 1942년 루즈벨트 대통령이 12만 명의 미국 거주 일본인들을 강제수용소(internment camp)에 가두었던 일도 언급했습니다당시 미국 정부는 거주하던 일본인들은 어린아이를 포함하여 모두 잠재적 간첩으로 간주하여 재판도 없이 행정명령만으로 강제수용소에 가두었던 것입니다다카노 의원은 이런 역사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소수계인 우리가 목소리를 높이고투표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타카노 의원이 언급한 세 번째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운 대목이었습니다. 2차 대전 당시 미국 육군 442 보병연대’ 안에 대부분 일본인 2세들로 구성된 100 보병대대(100th Infantry Battalion)’가 있었습니다이 부대는 ‘2(二世)’의 일본식 독음 니세이(にせい)’를 따라서 니세이(Nisei) 부대로도 불렸습니다

다카노 의원의 종주부(great uncle) 세 분이 이 부대 소속으로 유럽 전투에 참전했고그중 한 분은 전사했다고 합니다그런데 놀랍게도 이 부대를 지휘한 지휘관이 한국계 미국인 군인 김영옥(金永玉)이었습니다한국인이 일본계가 대부분인 부대를 지휘했다는 사실도 놀랍고그의 부대원들이 그를 사무라이 김이라고 부르며 존경했다는 사실도 놀랍습니다

김영옥은 후에 한국 전쟁에도 미군으로 참전했는데, 2차 대전과 한국 전쟁에서의 활약을 인정받아 한국프랑스이탈리아 등 세 개 나라에서 최고 무공 훈장을 받았지만정작 미국에서는 아시아계라는 이유로 최고 훈장인 퍼플 하트를 받지 못하고 수훈십자장을 받는 데 그쳤습니다.

다카노 의원은 일제 강점기에 식민지 통치국인 일본계으로 구성된 부대를 식민지 피지배국 한국계 지휘관이 지휘하면서 일본인들의 존경을 받았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울먹였습니다.

저는 일본계 의원인 그가 이런 역사를 언급한 것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정치인이 대중 앞에서 울먹이는 일은 매우 위험하게 여겨지는데그는 이런 역사를 언급하면서 울먹였습니다그의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저는 2007년 미 의회의 일본군 위안부 규탄 결의안(HR121)’ 통과에 앞장섰던 일본계 마이크 혼다 의원을 몇 차례 만난 적이 있습니다그분 역시 매우 온화하고 인격적이며역사의식을 가진 분이었습니다그런데 이번에 또 마크 다카노 같은 의원을 알게 되어 매우 기뻤습니다.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물론 과거에 발목이 잡혀서도 안 됩니다이제 양식 있는 이들이 서로 마음을 합하여 이 나라와 이 세상이 밝고 아름답고 화목한 곳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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