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 소변을 본 후 손을 씻으시나요?
지난해 질병관리청 조사에 따르면 공중화장실에서 볼일을 마친 뒤 손을 씻지 않는 사람이 10명 가운데 3명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손을 씻는다고 응답한 사람도 물로만 씻거나 10초 이내로 짧게 씻어, 사실상 제대로 씻은 사람은 10명 중 1명에 불과한데요.
소변 후 손 씻기, 그냥 넘겨도 괜찮은 걸까요?
건강한 사람의 소변은 생각보다 깨끗합니다.
신장(콩팥)에서 노폐물을 여과한 후 배출하기 때문에, 갓 나온 소변에는 세균이 거의 없죠.
하지만 소변이 체외로 배출돼 상온에 노출되는 순간 세균이 번식하기 시작하는데요.
심봉석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소변이 상온에 노출돼 있을 때는 외부에 있는 세균이 소변에 있는 화학물질들을 배지(세균을 기르는 데 필요한 영양소가 든 액체나 고체)로 해서 많이 자라기 때문에 새로운 세균들이 그곳에서 증식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변을 보지 않고 단순히 화장실만 이용해도 세균에 노출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입니다.
소변이 튄 변기, 물 내림 스위치 등에서 번식한 병원성균이 사람의 손을 거쳐 문손잡이, 거울, 수도꼭지 손잡이 등 화장실 곳곳으로 쉽게 옮겨지는 거죠.
그렇다면 조심해야 할 세균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공중화장실에 많은 황색포도상구균은 건강한 사람에게도 널리 분포하는데, 호흡기 계통과 피부에서 주로 관찰됩니다.
이 세균은 패혈증, 중증 피부감염, 세균성 폐렴, 식중독 등을 유발할 수 있죠.
대장균이나 녹농균 등 요로감염을 일으키는 세균도 주의해야 합니다.
심봉석 교수는 “대장균의 경우 2∼3시간, 녹농균 같은 경우에는 최대 6시간까지 손에 존재할 수 있다”면서 “눈을 비비거나 입에 손을 대서 점막에 닿게 되면 균이 몸 안으로 침투한다. 그렇게 되면 혈류를 통해 신장이나 방광 쪽으로 가서 신장염이나 방광염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소변이 손에 묻었든 안 묻었든, 화장실에 출입했다면 손을 씻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올바르게 손을 씻으면 설사 질환을 약 30%, 호흡기 질환을 약 20% 줄일 수 있는데요.
그렇다면 올바른 손 씻기란 무엇일까요?
올바른 손 씻기는 30초 이상 여섯 단계에 걸쳐 하는 게 좋습니다.
여섯 단계는 ▲ 손바닥과 손바닥을 마주 대고 문지르기 ▲ 손등과 손바닥을 마주 대고 문지르기 ▲ 손바닥을 마주 대고 깍지 끼고 문지르기 ▲ 손가락을 마주 잡고 문지르기 ▲ 엄지손가락을 다른 편 손바닥으로 돌려주면서 문지르기 ▲ 손가락을 반대편 손바닥에 놓고 문지르면서 손톱 밑 깨끗하게 하기로 구성됩니다.
하진 질병관리청 감염병정책총괄과장은 “손이 젖은 상태는 결국 세균이 이동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이기 때문에 일회용 수건이나 종이 타월 등을 사용해서 말끔하게 잘 말려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소변을 볼 때 마무리도 중요한데요.
심봉석 교수는 “팬티나 바지에 묻어 있던 소변이 변성이 돼서 세균 증식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그럴 경우 세균 감염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남자 같은 경우에 한 번 털고 한 2∼3초 정도 기다렸다가 한 번 더 털고, 여자들 같은 경우 뒤에서 앞으로 밀어서 닦는 것보다는 콕콕 찍어 누르듯이 닦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