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명은 연간 피폭한도 1천배 방사선 피폭 우려
미국 본토 내륙의 핵무기 시설이 핵 공격을 받으면 100만~200만명이 방사선 피폭으로 숨질 수 있고, 약 3억명이 연간 피폭 한도의 최소 1천배에 달하는 방사선에 피폭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프린스턴대 과학·글로벌 보안 프로그램 세바스티앵 필리프 박사는 13일(현지시간)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에서 미국 내륙의 핵무기 시설이 핵 공격을 받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핵무기를 모니터링하고 핵폭발 영향을 모델링하는 방법을 개발해온 필리프 박사의 이 연구는 2030년대 중반까지 1조5천억 달러를 투입해 구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현대화하는 미국 정부의 계획에 대한 특집 기사 중 일부로 소개됐다.
미군은 콜로라도·와이오밍·네브래스카·몬태나·노스다코타 등 5개 주의 지상 발사 ICBM 발사시설(사일로)에 있는 미사일 미니트맨3 450여기를 차세대 ‘센티넬'(Sentinel, LGM-35A) 미사일로 교체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필리프 박사는 미사일 유도시스템의 발달로 위치가 고정된 육상 무기는 공격에 취약해지는 반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등은 보호가 훨씬 잘 된다며, 지상 무기는 시간이 갈수록 외국 공격을 빨아들이는 ‘스펀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전에도 이런 공격을 가정한 낙진 연구가 이뤄져 1976년과 1988년 발표됐지만 이들 연구는 비교적 단순한 낙진 모델과 평균적인 계절풍에 의존한 것이었다.
필리프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2021년 고해상도 기상 데이터와 최신 모델링 기법을 사용해 예상 사망자 수와 방사선 피폭량 등 북미 전역의 인구와 지역 주민에 대한 방사선 위험을 구체적으로 예측했다고 말했다.
시뮬레이션 결과를 담은 지도는 날씨 패턴 변화에 따라 낙진 및 사망자 수가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가장 위험한 지역은 어디인지, 북미 전역에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어떻게 나타날 수 있는지 등을 잘 보여준다.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지역별 방사선량이 급성 방사선 증후군으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는 수준인 1㏉ 이상인 곳이 서해안에서 동해안까지 미 전역과 캐나다 남부, 멕시코 북부까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바람 방향에 따라 몬태나·노스다코타·네브래스카 등 미사일 발사 시설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지역이 최대 방사선량 1㏉~84㏉를 기록, 지역 주민 대부분이 심각한 수준의 방사선에 노출될 것으로 예측됐다.
사망자는 최악의 경우 100만~200만명에 달하고 추가로 미 전역에서 3억명이 연간 방사선 피폭 한도의 1천배인 1㏉ 이상 방사선량에 노출될 것으로 예상됐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함께 게재한 ‘핵무기 현대화는 위험하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미국은 구식 핵무기, 특히 불필요하게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사일로 발사 미사일을 현대화하는 작업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라 헬무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편집장은 “방사선 위험 가능성을 전례 없이 상세하게 담고 있는 이 지도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면서 “바로 이것은 우리가 감수해야 할 위험이 아니고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어 인류의 미래를 위협할 수 있는 길에서 한 발짝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