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유대계·아랍계에 대한 발언 수위 논란 보도
지난달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으로 전쟁이 시작된 이후 반유대주의·반무슬림 이슈를 둘러싸고 미국 대학 캠퍼스 내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유대인 캠퍼스 단체인 힐렐은 지난달 7일부터 이달 7일까지 한 달간 미국 내 129개 대학 캠퍼스에서 반유대주의와 연관된 증오 발언, 기물파손, 괴롭힘 또는 폭행 사건이 총 309건 발생했다고 집계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2022년 한 해 동안 이 같은 사건이 40개 캠퍼스에서 총 50건 발생한 것과 비교하면 급격히 증가한 수치다.
반면 미·이슬람관계위원회는 비슷한 기간 미국 대학 내에서 반무슬림 및 반아랍 사건 관련 접수된 도움 요청 건수는 총 1천28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배 수준으로 늘었다고 집계했다고 NYT는 전했다.
유대계 학생들은 특히 최근 미국 대학 캠퍼스에서 발생한 일련의 반유대주의 사건들에 경계감을 표하고 있다.
앞서 조지워싱턴대에서는 친팔레스타인 학생들이 도서관 외벽에 ‘순교자에게 영광을’이라는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내건 사건이 발생했고, 펜실베이니아대에선 유대인 사교클럽 옆에 ‘유대인은 나치’라는 낙서를 한 일이 있었다.
뉴욕의 쿠퍼 유니언 대학에선 ‘팔레스타인 해방’을 외치던 시위대가 유대인 학생들이 숨어 있던 도서관에 다가가 잠긴 문을 두드린 사건이 소셜미디어에 영상으로 퍼져 회자가 됐다.
코넬대에선 온라인에서 유대인 학생들을 위협하는 글을 올린 학생이 체포된 일도 있었다.
유대인 대학생 단체 간부인 시몬 슈팅가트는 “밖에 나가는 일이 두려울 정도”라며 “2023년에 대학 캠퍼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해 이스라엘이 방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 많은 유대계 학생에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대해 잔악한 행위를 한다고 비난하는 것은 반유대주의의 교활한 형태에 불과하다고 여긴다고 NYT는 설명했다.
반면 친팔레스타인 학생들은 학내에서 과연 이스라엘과 시오니즘에 대한 비판이 용납될 수 있느냐고 반문하는 분위기다.
‘반유대주의’라는 용어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저지른 일들로부터 관심을 돌리려는 시도일 뿐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스라엘 공격으로 가자지구 보건당국 집계 기준으로 팔레스타인 사망자가 1만명이 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비판을 반유대주의라는 용어로 가리려 한다는 것이다.
친팔레스타인 학생들은 또 과거 남아프라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극단적 인종차별) 정책에 빗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원주민을 ‘노천감옥’에 수용한 채 인종차별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캘리포니아주 스크립스 대학의 팔레스타인 옹호 단체 간부인 애나 바보니는 “우리는 반유대주의가 아니라 시오니즘(유대 민족주의)에 반대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모든 형태의 인종 차별과 편견에 단호히 반대한다”라고 말했다.
유대인 단체와 이슬람교도 단체를 향한 공격이 모두 증가한 가운데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분위기다.
NYT는 “반유대주의 성격의 공격이 발생하면서 대학 내에선 어떤 종류의 발언이 허용된 수의를 벗어난 것인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친팔레스타인 학생들은 자신들이 억압받는 사람들을 대변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이들은 비판하는 측에선 친팔레스타인 학생들의 발언이 매우 불쾌하다고 말한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