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열하는 유가족들
슬픔에 지쳐가는 유가족들…”빨리 마무리돼 공항 떠났으면”
XXX번. 이틀째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머무르고 있는 60대 A씨는 이따금 숫자가 불릴 때마다 긴장한다.
시신들에는 수습된 순서에 따라 1번부터 차례로 번호가 붙었다.
A씨는 이번 사고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30대 딸과 사위를 잃었다.
A씨는 30일 새벽 ‘XXX번 유족’의 자격으로 수습한 시신을 임시로 안치해둔 격납고에 다녀왔다.
격납고는 유족 지원 셔틀버스가 마련된 1번 게이트에서 차로 40여분 정도 떨어져 있다.
A씨는 훼손 정도가 심해 처음에는 시신을 보고도 딸을 알아보지 못했다고 했다.
A씨는 “가족들이 격납고에 시간을 두고 차례로 들어가 5분 정도 시신을 확인한다”며 “나는 (딸을) 몰라보겠는데, 집사람이 남아있는 목걸이가 딸이라고 했다. 함께 간 사돈도 딸하고 사위가 맞는다고 해서 조서에 사인을 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탑승자 명단에 딸이 있다는 연락을 받고는 한달음에 무안국제공항까지 달려왔다가 이틀째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A씨는 “기력도 없고, 아내는 나보다 더하다”며 “언제 끝날지 모르니 갑갑하고 혼란스럽다. 빨리 마무리돼 공항을 떠나고 싶다”고 말을 흐렸다.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상황에는 분통이 터졌다.
신원이 확인된다고 하더라도 즉시 인도하는 것이 아니라 검안의의 확인 등을 통한 사망진단서가 필요한데, 발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오늘 오전 8시부터 발급해준다는 사망진단서는 처리도 안 되고 언제 될지 모르니 갑갑하다”며 “겨우 이틀째인데도 이렇게 지친다. 시간이 지날수록 유족들도 더 지치고 예민해질 것”이라며 답답해했다.
60대 강모 씨는 왜소한 노모와 함께 무안국제공항에서 기약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이번 참사로 50대인 동생과 제부를 잃었다. 광주 기아자동차에서 근무하는 제부는 연말에 어렵게 휴가를 내 설렘을 안고 강씨의 여동생과 함께 방콕 여행을 떠났다가 참사를 당했다.
강씨는 사고 소식을 듣고 서울에서 무안까지 300㎞ 남짓 거리를 한달음에 달려왔지만 동생 부부는 세상을 떠난 뒤였다.
강씨는 “어제 동생 부부 신원 확인을 마쳤다. 너무 안쓰럽다”면서 “동생에게 대학생 딸이 있다. 이 슬픔을 대체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울먹였다.
국내 최악의 항공기 사고로 기록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전체 탑승자 181명 가운데 승무원 2명을 제외한 179명이 모두 사망했다.
희생자 시신은 모두 수습됐지만, 일부 신원 확인에 어려움이 있어 유가족에게 인도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