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계속 진행 허용돼선 안 돼” 법원에 답변서 제출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이른바 ‘엡스타인 생일책’ 보도가 허위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낸 거액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해 루퍼트 머독 전 뉴스코프 회장 등이 기각이 마땅하다는 답변서를 22일 법원에 제출했다.
앞서 7월 17일 WSJ은 “2003년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1953-2019)의 50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친구들이 쓴 편지를 묶어서 만든 앨범인 ‘엡스타인 생일 책’에 여성 나체를 그린 트럼프의 편지가 트럼프 본인의 서명과 함께 들어가 있다”는 취지의 기사를 실었다.
그러자 바로 다음날 트럼프 대통령은 내용이 거짓된 기사로 명예를 훼손당했다고 주장하면서, 100억 달러(14조 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플로리다남부 연방지방법원에 냈다.
소송의 피고는 해당 기사를 쓴 기자 2명, WSJ을 발간하는 다우존스앤드컴퍼니, 그 모회사인 뉴스코프, 이 회사들의 임직원들, 그리고 뉴스코프 창립자인 머독 전 회장 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제의 ‘여성 나체 그림’이 자기가 그린 것이 아니고 서명도 자기가 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머독 등 피고들은 22일 제출한 소장 답변서에서 트럼프가 문제삼고 있는 보도의 내용은 사실이며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하면서, 트럼프의 소송 제기가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제1조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피고들은 의회에서 최근 공개된 ‘생일 책’에 WSJ이 7월 17일 보도했던 트럼프 대통령 명의의 편지가 포함돼 있다고 지적하면서 보도의 진실성을 강조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2003년 당시 엡스타인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과시하고 있었으므로 두 사람 사이에 친분이 있다는 보도 내용이 명예훼손이 될 소지도 없다고 설명했다.
피고들은 엡스타인이 문제의 ‘생일 책’을 선물받기 3개월 전에 발간된 잡지 기사에 ‘엡스타인을 알게 된 지 15년이 됐다’며 그와의 친분을 과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인용돼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03년 당시 엡스타인에 대해 ‘정말 멋진 놈’, ‘함께 있으면 매우 즐겁다’, ‘나만큼이나 아름다운 여성들을 좋아한다’ 등의 표현을 쓴 것으로 보도됐다.
피고들은 사실임이 입증된 내용을 보도한 신문의 입을 다물게 만들려고 미합중국 대통령이 법적 근거가 전무한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며 “이 소송은 계속 진행되도록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 19일 플로리다중부 연방지방법원 탬파지원의 스티븐 메리데이 판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간 뉴욕타임스(NYT)를 상대로 낸 150억 달러(21조 원) 규모 명예훼손 소송의 소장에 담긴 주장이 모호하고 지나치게 길어 “명백히 부적절하고 용인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연방법원의 민사소송 절차 규정에 부합하도록 보다 명쾌하고 간략하게 재작성해서 제출하라고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