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코치 없는 무식한(?) 박사들

애틀랜타 중앙교회 한병철 목사

예수 탄생 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이 바로 동방박사들입니다마태복음에만 등장하는 이들의 정체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우리말 성경이 박사라고 번역한 단어 ‘magi’는 사제현자(賢者)’라고 번역해도 무방합니다흔히 동박박사 세 사람이라고 하는데성경에 세 명이었다는 말은 없습니다그냥 세 가지 선물을 가져왔으니 세 명이었을 거로 추측한 겁니다이들의 신분을 고려한다면 세 명만 달랑 그 먼 길을 여행하지는 않았을 테고수행원짐꾼 등 꽤 많은 사람이 동행했을 거라 짐작합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들의 행동은 그다지 현명해 보이지 않습니다그들이 베들레헴의 구유에 들고 온 선물은 값진 물건이기는 했지만막 태어난 아이를 위한 선물로는 별로 적합해 보이지 않습니다오히려 분유기저귀옷가지 뭐 그런 게 적절하지 않았을까요누군가 이들이 남자여서 이런 선물을 준비했을 거라고 했습니다어쨌든지 간에 황금유향몰약을 아기 예수에게 전하고 자신들이 왔던 동방으로 돌아갔습니다그들이 생각하는 메시아는 하나님께서 마구간말구유에 태어나게 하신 갓난아기 예수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던 것입니다.

이들 동방박사가 헤롯 왕을 찾아가서 그를 대체할 새로운 유대인의 왕이 어디서 나셨는지를 알려 달라고 묻는 대목보다 당혹스러운 부분도 없을 겁니다생각해 보십시오멀쩡하게 살아있는 왕그것도 자신의 권좌를 지키기 위해 아내도 자식도 사정없이 해치웠던 악명 높은 헤롯을 찾아가서, ‘새 왕이 태어난 것 같은데어딘 줄 아느냐고 묻는 게 말이 됩니까헤롯이 그들에게 아기가 난 곳을 알게 되면 자신도 급히 가서 경배할 수 있도록 알려 달라고 부탁했을 때 그들은 의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이런 사람들이 현자라고요그들이 꿈에 헤롯을 피해서 가라는 계시를 받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었지만이미 헤롯은 역내 모든 두 살 이하의 남자아이들을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이 끔찍한 영아 학살의 책임이 이 박사들에게도 있었던 겁니다.

헤롯이 대제사장과 서기관을 모아 놓고 메시아가 어디에서 태어났는지를 알아내라고 닦달했을 때성경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그들은 지체 없이 베들레헴이라고 알려준 대목도 화가 납니다성경만 잘 알면 뭐 합니까메시아 탄생의 의미도헤롯이 어떻게 할지도 알지 못한 그들의 무지는 참혹한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결국 박사들과 율법학자들 모두 공부 많이 한 사람들이었지만그들의 똑똑함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그저 한심한 지식인이었을 뿐입니다눈치코치도 없고역사의식도 없는 박사들을 생각하다가혹시 나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생겼습니다쓸모없는 지식만 가득한 무식한 박사무지한 현자(賢者)가 되지 말도록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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