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담벼락 낙서 제거 작업하는 관계자들(서울=연합뉴스)
한파에 빠른 작업이 관건…용의자들, 주도면밀하게 CCTV 피해 도망
‘무허가 행위’ 적용 등 문화재보호법 위반 내용·비용 청구 등 검토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인 서울 경복궁의 담벼락이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되면서 복구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문화재청과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CC)TV 등을 토대로 낙서를 한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1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오전 11시부터 국립고궁박물관과 국립문화재연구원 보존 처리 전문가 등 20명을 투입해 세척 및 복구 작업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이날 작업은 경복궁 서측의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주변에서 함께 이뤄진다.
영추문의 좌측은 3.85m 구간, 우측은 2.4m 구간에 각각 스프레이 낙서가 있는 상황이다. 박물관 주변의 경우, 좌·우측을 합쳐 38.1m에 이르는 구간이 훼손돼 있다.
문화재청은 화학 약품 처리, 레이저 세척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세척에 나설 계획이다.
붉은색과 푸른색의 스프레이 자국이 굳어 석재 표면에 스며들기 전에 작업을 마칠 수 있도록 영추문 일대와 국립고궁박물관 일대에서 동시에 작업할 예정이다.
스프레이 흔적을 지우는 데는 최소 일주일 정도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장의 한 관계자는 “어제 화학약품을 사용해 스프레이가 칠해진 구간을 세척했으나,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 데다 (스프레이가) 석재에 일부 스며들어서 작업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능한 한 빠르게 세척 및 복구에 나서야 한다는 게 논의 결론”이라며 “시민 통행에 불편함을 주지 않도록 가림막을 설치하고 양쪽에서 동시에 작업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문화유산 훼손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조선 왕조의 법궁(法宮·임금이 사는 궁궐)이었던 경복궁은 해마다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대표 명소로, 1963년 국가지정문화재(문화유산) 사적으로 지정됐다.
영추문의 좌·우측 부분 등 담장 전 영역도 사적 지정 범위에 포함된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은 사적 등 지정문화유산에 글씨, 그림 등을 쓰거나 그리거나 새기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며, 이를 어길 시 원상 복구를 명하거나 관련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문화재청은 이번 ‘스프레이 낙서’가 어떠한 허가 없이 문화유산 보존에 심각한 영향을 준 행위로 보고 관련 법률과 처벌 기준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용의자가 2명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종로경찰서 지능팀과 형사팀은 합동으로 CCTV 화면 분석, 휴대전화 위치 측정 등의 작업을 하고 있다.
다만 젊은 연령대의 용의자들이 주도면밀하게 CCTV를 피해서 도망가는 바람에 추적에 다소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CCTV에 잡힌 용의자들의 동선이 잘 연결되지 않아 계속해서 분석 중”이라며 “어느 방향으로 이동했는지에 대한 경우의 수가 많아 현재 그 범위를 좁히고 있다”고 말했다.
‘무허가 행위 등의 죄’를 규정한 법령에 따라 국가지정문화재의 현상을 변경하거나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경복궁관리소 관계자는 “(사적으로 지정된 경복궁 관련) 무허가 현상 변경 쪽으로 접근해서 법 위반을 적용할 수 있을지 법적 검토 중”이라며 “비용 청구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새벽 경복궁 담장 일대에는 누군가 스프레이를 이용해 ‘영화 공짜’ 문구와 함께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를 뜻하는 것으로 보이는 문구 등을 낙서하는 일이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