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인 인도국 최종 결정 앞두고 ‘국익 챙기기’ 나선 듯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 씨의 범죄인 인도국 최종 결정 권한을 가진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를 방문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현지 일간지 비예스티 등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법무부는 22일 안드레이 밀로비치 장관이 미국 워싱턴DC의 SEC 본부에서 거버 그레왈 SEC 집행국장 등을 만나 권씨에 대한 SEC의 조사 결과와 미국 재판 진행 상황에 대해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밀로비치 장관은 자세한 설명과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 SEC 측에 감사를 표하고 투자자 보호와 금융시장 사기 범죄 예방을 위해 국제 공조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몬테네그로 법무부는 “양측은 이번 회의가 사법 및 투자자 보호 분야에서 몬테네그로와 미국 간의 관계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진전이며, 앞으로 두 기관의 상호 이익을 위해 관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미국 증권·금융시장 규제·감독기구인 SEC는 지난해 2월 테라·루나 폭락 사태와 관련해 최소 400억달러(약 51조5천억원) 규모의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로 테라폼랩스와 권씨를 제소한 바 있다.
밀로비치 장관의 SEC 방문이 주목되는 것은 그가 몬테네그로에서 붙잡힌 권씨를 한국과 미국 중 어느 나라에서 재판받게 할지 결정할 수 있는 최종 권한을 가진 인물이기 때문이다.
경제 포럼 참석차 이틀 전 미국을 방문한 그는 그 권한을 바탕으로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행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밀로비치 장관은 전날에는 브루스 스워츠 미국 법무부 차관보와 회담하고 양국 간 범죄인 인도 조약 체결을 위한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그는 스워츠 차관보에게 몬테네그로에 법무부 주재관을 파견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권씨는 테라폼랩스 창업자로 테라·루나 폭락 사태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이후 아랍에미리트(UAE)와 세르비아를 거쳐 몬테네그로에 입국한 후 지난해 3월 23일 현지 공항에서 UAE 두바이행 전세기에 탑승하려다 위조 여권이 발각돼 11개월간의 도피 행각에 마침표를 찍었다.
위조 여권 사용 혐의로 징역 4개월을 선고받은 권씨는 지난 3월 23일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뒤 외국인수용소로 이송됐다.
권씨의 한국 송환 결정이 몬테네그로 대법원에서 뒤집힌 가운데 권씨는 경제사범에게 100년 이상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는 미국 대신 최고 형량이 40년 안팎인 한국으로 송환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밀로비치 장관의 방미 행보를 고려할 때 권씨가 한국으로 송환될 가능성은 점점 더 희박해지고 있다.
밀로비치 장관은 지난해 11월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권씨 인도국과 관련해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대외정책 파트너”라고 밝히는 등 그동안 미국행에 무게를 둬왔다.